[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거칠어진 呼吸

〈제4보〉(47~63)=이창호의 최근 3~4개월간 행보는 가위 롤러코스터 수준이다. 지난 연말 이후 명인전 우승→십단전 결승 패배→비씨카드배서 연구생에 패해 1회전 탈락→LG배 결승 패배→바둑왕전 우승→농심배 3연승으로 한국 우승 견인→국수전 우승→춘란배 16강 탈락이란 숨 가쁜 레이스를 펼쳐 왔다. 이창호쯤 되면 결승전 패배는 '성공'으로 봐주지는 않는다. 최근 상승세를 탄 김에 이제는 앞으로만 쭉쭉 뻗어나가길 기원해 본다.

47부터 50까지는 서로 기호지세(騎虎之勢). 여기까지 얼핏 보면 등이 두터워진 백이 활발한 것 같지만 대신 좌변이 엷어지고 있다. 52~56의 수순만 보고 이창호의 기보라고 맞출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결승 1국 때에 비해 이창호의 승부호흡이 분명히 거칠어졌다. 행마법 자체로는 무리라는 중론.

57 이하 62까지, 흑이 빵때림에만 연연하는 사이 절호의 기회를 놓친다. 참고도 1쪽에서 단수치고 3으로 뚫고 나오는 것이 임기(臨機)의 호수순이었다. 7까지 된 후 A와 B를 맞봤으면 백이 얼마나 곤란했겠는가. 그러나 정작 흑의 문제수는 뒤이어 놓인 63이었다. 이 한 수로 인해 백은 갑자기 우위에 서게 된다. 63이 왜 '엉터리 수'였는지는 다음 보에서 자연스럽게 밝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