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 연기 변신 양익준, "많은 관심 호재지만 악재이기도 하죠"

지난해 독립영화 '똥파리'의 주연겸 감독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양익준. 혜성처럼 등장한 그에게 영화인과 팬들은 뜨거운 시선과 박수를 보냈다. 단 한편의 영화로 충무로를 발칵 뒤집은 그는 지난해 제30회 청룡영화상에서 신인남우상까지 거머쥐었다. 스타 등용문인 청룡 신인상은 모든 신인 배우들의 염원이자 소망이다. 수상만으로도 몸값은 치솟고, 스포트라이트는 집중된다. 그런데, 그는 그게 불편하다.

스타 등용문 청룡 신인남우상 수상 관심 쏠려 당황

11년차 베테랑 '독립영화계의 송강호' 연기력 인정

"박수받고 주목받는 게 불편해요. 그게 부담스럽고 재미가 없어요. 제가 재미가 없는데 누가 제 연기를 재미있게 보겠어요. 남들의 관심이 떨어져나가야 새로운 걸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양익준을 비롯해 함께 출연한 신인배우 김꽃비 이환 등도 갑자기 쏟아지는 관심에 당황했다. 후유증도 있었다.

"많은 관심이 꼭 호재만은 아니에요. 악재이기도 해요. 제가 관심을 받으려고 영화를 한 것도 아니고 제 배설의 통로였고, 솔직한 이야기를 한 것뿐이었어요. 그게 관객과 접점을 이뤘던 거죠."

그의 말처럼 양익준은 예나 지금이나 스타 같은 구석은 없다. 주변에서 언제든지 볼 수 있는 우리네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그는 촉망받는 신인 감독도, 청룡신인상의 스타도 아니길 바랐다. 이런 양익준이 선택한 영화가 코믹 드라마 '집나온 남자들'(감독 이하)이다.

"이하 감독은 내가 만난 감독 중 A급이에요. 전 자기 작품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집나온 남자들'은 좋은 영화라고 당당히 얘기할 수 있어요. 기술시사회 때 제가 제일 재밌게 본 거 같아요."

지진희 이문식 양익준 주연의 '집나온 남자들'은 이혼을 선언한 남자(지진희)가 집을 나가지만 황당하게 먼저 부인이 가출하는 상황에 빠지자, 친구 동민(양익준)과 함께 아내를 찾으러 나선다는 독특한 이야기다. 스타이길 거부하는 양익준이 지진희란 스타와 함께 호흡을 맞추는 재미있는 그림이 그려졌다.

"지진희씨는 그냥 형 같아요. 스타 티가 전혀 안나요. 저도 빨리 지진희씨에 대한 스타 이미지를 벗겨내야 연기하기 편하니까 친근해지려고 노력했죠. 진희 형도 편하게 대해줬고, 이문식 선배님도 농담하면서 즐겁게 촬영했어요."

사실 양익준은 11년차 베테랑 배우다. '독립영화계의 송강호'라 불릴 정도로 뛰어난 연기력과 스타성을 지니고 있다. 단지 그는 이런 틀에서 벗어나 자연인 양익준이길 바란다. 자신만의 연기 철학과 노하우가 확고하다. 그의 이런 철학이 지금의 자리에 있게 한 원천이기도 하다.

"저를 캐스팅했으면 저를 활용해야죠. 정해진 캐릭터에 저를 맞추려고 하면 안돼요. 전 연기나 연출이 직관적이에요. 캐릭터 분석을 과도하게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장애가 돼죠. 캐릭터와 양익준의 과거를 정리하고, 시나리오를 몇 번 집중해서 읽지만 3~4장 정도로 정리하고 버려요. 캐릭터의 정서를 느끼면 대사를 완벽하게 몰라도 입은 열려요. 암기는 안하고 숙지만 하죠."

그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쉬지 않고 달려왔기 때문일까. 양익준은 최근 자신의 일상을 즐기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요즘 육체적으로 무리가 와서 건강이 안 좋아요. 이젠 몸과 정신을 관리하려고 해요. 건강해야 영화도 만들고 연기도 하죠. 남들은 지금이 기회라고 탄력 받아 앞으로 나가라고 하는데 건강을 포기하고 매달릴 수 있는 좋은 작품이 아니면 안할 겁니다. 그동안 작품이 많이 들어오긴 했는데 절 끄는 작품을 아직 만나지 못해서 거절을 많이 했어요. '집나온 남자들' 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