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 시네마 리뷰] 영화 '베스트셀러'

'미스터리+스릴+공포' 3가지 요소로 버무린 충격 영상

셀 수 없이 많은 콘텐츠가 공존하고 있는 지금, 창작와 표절의 경계는 모호하다. 유명 작가, 작곡가들의 표절 논란은 하루가 멀다 하고 매일같이 일어난다. 심지어 이렇게 사람들에게 '노이즈 마케팅이 아니냐'는 의심까지 불러일으킨다. 시대상을 반영하기도 하는 문화콘텐츠에서 표절이라는 소재의 등장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표절은 색다르면서도 다루기 어려운 소재다. 신인 이정호 감독과 이제는 노련함이 물씬 풍기는 여배우 엄정화가 영화 '베스트셀러'를 통해 과감하게 표절에 대해 이야기한다.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크로스 오버는 더 이상 음악에만 국한되는 개념이 아니다. 특히 하나의 영화가 다중 장르의 성격을 띠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이제 한 가지 장르 안에서 영화를 만드는 것은 무리다. '베스트셀러' 역시 관객들의 다양성을 고려한 크로스오버 영화다. 이 한 편의 영화를 통해 미스터리, 스릴러, 호러를 모두 맛볼 수 있다.

작가 백희수(엄정화)가 강박감을 느끼며 소설을 쓰는 시간과 그녀와 딸이 머무는 낡은 저택은 전반적으로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풍긴다. 백희수가 본인의 작품이 표절이 아님을 밝혀내는 과정은 스릴러다. 저택 안에서 보이지 않는 누군가와 섬뜩한 대화를 나누는 딸은 공포라는 장르를 더한다. 이 세 가지 장르를 모두 좋아하는 관객에게 두 시간의 러닝타임이 20분처럼 느껴질 것이다.

백희수는 새로운 작품으로 반드시 재기에 성공해야 한다는 엄청난 강박관념을 갖고 있다. 그녀는 소설 창작에 집중이 잘 되지 않으면 모니터 앞에서 손을 떨고 발을 동동 구른다. 노래하는 딸에게는 집중할 수 없다며 신경질을 내기도 하고, 외롭게 혼자 있는 딸이 가여워서 위로해 주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딸이 서울로 돌아가자고 하면 좋은 소설을 곧 완성할 것이라며 계속 저택에 머무른다.

이러한 백희수의 심리상태가 엄정화의 연기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된다. 이는 백희수만의, 천재성을 가진 문학가만의 심리는 아닐 것이다. 불안정한 백희수의 모습은 관객으로 하여금 인간의 내면을 되돌아보게 한다. 이 영화에는 실력파 조연들도 다수 등장한다. 영화 후반부에 그들이 서로 죽고 죽이는 액션신이 등장한다. 이정호 감독은 이를 '카오스 상태'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정신없고 혼란스럽다. 이 장면에서는 인간의 비도덕성, 비인간성과 같은 추악함을 깨닫게 한다. 백희수는 자신이 잊고 싶었던 일을 잊고 있다가 나중에 진실을 깨닫게 되면서 큰 충격을 받는다. 감독은 우리에게 인간의 내면에 대한 깨달음을 주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흥행에 초점을 둔 상업 영화일 것이라는 선입관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베스트셀러'는 단순한 상업 영화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미처 생각해보지 않았던 곳을 건드린다.

< 이채강ㆍ청룡시네마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