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식의 시네마 오디세이] '그린 존'
입력 : 2010.04.05 22:07
| 정의와 휴머니즘 … 그런데 왜 공허할까 |
'그린 존'(감독 폴 그린그래스)은 액션과 정치가 혼합된 영화다. 2003년 이라크전이 배경이다. 미국은 당시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숨겨져 있다고 주장했고, 바그다드에 무차별 공습을 퍼부었다. 그리고 부시는 승리를 선언했다. 정말 그럴까.
감독의 의도는 명확하다. 미국이 시작한 전쟁을 또다른 미국인의 시각으로, 비판적으로 접근한다. 대량살상무기는 없었고, 전쟁 도발 과정에 미국의 추악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었다고 폭로한다. 전쟁 명분을 뿌리부터 흔든다. 이를 통해 부시 정권의 도덕성을 정면으로 질타한다. 그 방법은 직접적이다. 대량살상무기 수색 임무를 수행하는 이라크 참전 군인을 내세워 고발 효과를 극대화한다.
영화는 대량살상무기 수색 장면으로 시작한다. 미 육군 로이 밀러(맷 데이먼) 준위는 상부 지시에 따라 바그다드 시내의 한 건물을 수색한다. 이라크인들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부대원들은 민첩한 판단과 지시, 재빠른 행동으로 건물에 잠입한다. 감독은 핸드헬드 카메라의 심하게 흔들리는 화면, 헬리콥터와 총격전 소리, 속도감 있는 편집으로 긴장감을 유도한다. 그러나 그 건물은 비둘기똥만 가득한 변기 공장이다. 대량살상무기는 없다. 밀러 팀장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벌써 몇 차례 허탕쳤기 때문이다. 그는 정보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의심한다. 공개 회의에서 이 문제를 제기한다. 이후 영화는 예정된 수순으로 진행된다. 밀러 팀장은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나선다. 이라크 의 청년 제보자를 만나 도움을 받는다. 또다른 제3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 구도는 전형적이다. 비교적 정의로운 인물과 부도덕한 인물의 대립이다. 파운드스톤(그렉 키니어)은 후자에 해당된다. 그는 후세인 심복과 밀거래를 하고, 그의 정보를 의도적으로 왜곡해 전쟁 명분을 꾸며낸다. 밀러의 이의 제기에 대해 "대량살상무기가 있든 없든 무슨 상관이냐"고 대답한다. CIA 간부는 밀러의 편에서 그를 돕는다. 미 행정부와 CIA의 파워게임을 바탕에 깔고 있다.
'그린 존'은 워싱턴 포스트의 라지브 찬드라세카란 기자가 2006년 쓴 논픽션 베스트셀러 '에메랄드 도시에서의 제국 생활 : 이라크 그린 존의 내막'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했다. 현장감이 살아 있고, 에피소드도 구체적이다(영화에서 종군 기자가 고위공무원과 뒷거래를 하는 부정적인 인물로 그려진다는 점이 흥미롭다). 시나리오의 치밀함, 인물 구성이나 편집, 감독의 연출력 등도 전반적으로 수준급 밀도를 갖고 있다. '본 슈프리머시', '본 얼티메이텀'에서 호흡을 맞춘 그린그래스 감독과 맷 데이먼은 각자의 영역에서 기대를 크게 저버리지 않는 솜씨를 보여준다.
그러나 영화는 전체적으로 평범하다. 심지어 지루하다는 인상까지 준다. 주제는 훌륭하고, 총격전과 추격전은 스릴 있고, 인물들의 갈등과 스토리 전개가 흥미로운데도 그렇다. 그 이유는 일차적으로 전형성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 정부의 부도덕성과 비윤리성을 고발하는, 양심적인 소시민 영웅 드라마의 문법 그대로다. 이런 류의 영화가 갖고 있는 시선은 정해져 있다. 미국의 부도덕함을 공격하면서, 그러나 보통 미국인들은 양심적이고 도덕적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힘은 그런 비판적 영화를 수용하는 포용력과 소시민 영웅에게서 나온다는 점을 은연 중에 강조한다. '그린 존'은 그 틀을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시의성 문제도 있다.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없다는 사실은 이미 다 알려졌다. 그렇다면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린 존'은 우직하다. 소시민 영웅 밀러가 미국의 부패, 부도덕성을 고발하는 형식이다. 생생한 현장성, 주제의 진정성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다.
밀러를 도와주던 이라크 청년의 외침도 사실 낯간지럽다. 그는 밀러에게 "이라크 문제를 미국이 결정하려고 하지 말라"고 외친다. 미국인들은 이 장면에서 감동할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피를 흘렸다. 우리 몫을 챙겨야 한다'고 주장하던 파운드스톤의 위선을 드러내고, 이라크의 입장을 대변하는 발언이기 때문이다. 밀러가 아니라 이라크 청년이 후세인 심복을 저격하도록 연출한 장면도 같은 의도로 읽힌다. 그러나 제3세계 관객의 시선은 다르다. 그래서다. '그린 존'은 어쩔 수 없이 미국적인 영화다.
< 기획취재팀ㆍdada@sportschosun.com>
감독의 의도는 명확하다. 미국이 시작한 전쟁을 또다른 미국인의 시각으로, 비판적으로 접근한다. 대량살상무기는 없었고, 전쟁 도발 과정에 미국의 추악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었다고 폭로한다. 전쟁 명분을 뿌리부터 흔든다. 이를 통해 부시 정권의 도덕성을 정면으로 질타한다. 그 방법은 직접적이다. 대량살상무기 수색 임무를 수행하는 이라크 참전 군인을 내세워 고발 효과를 극대화한다.
영화는 대량살상무기 수색 장면으로 시작한다. 미 육군 로이 밀러(맷 데이먼) 준위는 상부 지시에 따라 바그다드 시내의 한 건물을 수색한다. 이라크인들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부대원들은 민첩한 판단과 지시, 재빠른 행동으로 건물에 잠입한다. 감독은 핸드헬드 카메라의 심하게 흔들리는 화면, 헬리콥터와 총격전 소리, 속도감 있는 편집으로 긴장감을 유도한다. 그러나 그 건물은 비둘기똥만 가득한 변기 공장이다. 대량살상무기는 없다. 밀러 팀장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벌써 몇 차례 허탕쳤기 때문이다. 그는 정보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의심한다. 공개 회의에서 이 문제를 제기한다. 이후 영화는 예정된 수순으로 진행된다. 밀러 팀장은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나선다. 이라크 의 청년 제보자를 만나 도움을 받는다. 또다른 제3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 구도는 전형적이다. 비교적 정의로운 인물과 부도덕한 인물의 대립이다. 파운드스톤(그렉 키니어)은 후자에 해당된다. 그는 후세인 심복과 밀거래를 하고, 그의 정보를 의도적으로 왜곡해 전쟁 명분을 꾸며낸다. 밀러의 이의 제기에 대해 "대량살상무기가 있든 없든 무슨 상관이냐"고 대답한다. CIA 간부는 밀러의 편에서 그를 돕는다. 미 행정부와 CIA의 파워게임을 바탕에 깔고 있다.
'그린 존'은 워싱턴 포스트의 라지브 찬드라세카란 기자가 2006년 쓴 논픽션 베스트셀러 '에메랄드 도시에서의 제국 생활 : 이라크 그린 존의 내막'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했다. 현장감이 살아 있고, 에피소드도 구체적이다(영화에서 종군 기자가 고위공무원과 뒷거래를 하는 부정적인 인물로 그려진다는 점이 흥미롭다). 시나리오의 치밀함, 인물 구성이나 편집, 감독의 연출력 등도 전반적으로 수준급 밀도를 갖고 있다. '본 슈프리머시', '본 얼티메이텀'에서 호흡을 맞춘 그린그래스 감독과 맷 데이먼은 각자의 영역에서 기대를 크게 저버리지 않는 솜씨를 보여준다.
그러나 영화는 전체적으로 평범하다. 심지어 지루하다는 인상까지 준다. 주제는 훌륭하고, 총격전과 추격전은 스릴 있고, 인물들의 갈등과 스토리 전개가 흥미로운데도 그렇다. 그 이유는 일차적으로 전형성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 정부의 부도덕성과 비윤리성을 고발하는, 양심적인 소시민 영웅 드라마의 문법 그대로다. 이런 류의 영화가 갖고 있는 시선은 정해져 있다. 미국의 부도덕함을 공격하면서, 그러나 보통 미국인들은 양심적이고 도덕적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힘은 그런 비판적 영화를 수용하는 포용력과 소시민 영웅에게서 나온다는 점을 은연 중에 강조한다. '그린 존'은 그 틀을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시의성 문제도 있다.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없다는 사실은 이미 다 알려졌다. 그렇다면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린 존'은 우직하다. 소시민 영웅 밀러가 미국의 부패, 부도덕성을 고발하는 형식이다. 생생한 현장성, 주제의 진정성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다.
밀러를 도와주던 이라크 청년의 외침도 사실 낯간지럽다. 그는 밀러에게 "이라크 문제를 미국이 결정하려고 하지 말라"고 외친다. 미국인들은 이 장면에서 감동할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피를 흘렸다. 우리 몫을 챙겨야 한다'고 주장하던 파운드스톤의 위선을 드러내고, 이라크의 입장을 대변하는 발언이기 때문이다. 밀러가 아니라 이라크 청년이 후세인 심복을 저격하도록 연출한 장면도 같은 의도로 읽힌다. 그러나 제3세계 관객의 시선은 다르다. 그래서다. '그린 존'은 어쩔 수 없이 미국적인 영화다.
< 기획취재팀ㆍdad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