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복귀 석달 만에 세계챔프 노린다

이세돌과 창하오(常昊). 세계열강 64명의 녹다운 토너먼트로 출발했던 제2회 비씨카드배 월드바둑챔피언십에 한·중의 두 스타만 남아 결전을 기다리고 있다. 3일 벌어진 준결승서 이세돌은 김기용 五단을 흑 4집 반 차로, 이튿날 대국에선 창하오가 박정환 七단을 백 불계로 각각 따돌려 결승카드의 주역으로 결정됐다.

결승 5번기는 24일 정오 바둑TV 스튜디오서 시작된다. 우승상금 3억원, 준우승 몫은 1억원으로 이번 결승은 '2억원 싸움'인 셈. 하지만 돈으로도 바꿀 수 없는 개인과 국가의 명예가 또한 걸려 있다. 지난해 대회 때는 중국 구리(古力)가 한국 조한승을 3대1로 꺾고 원년 챔프로 등극했었다. 또 올해 첫 국제 결승이었던 제14회 LG배 역시 이창호와 쿵제(孔杰)의 한·중전으로 벌어져 쿵제가 우승한 바 있다.

이세돌(27) 九단은 6개월여 동안의 휴직에서 돌아온 이후 15연승 무패 행진을 계속 중이다. 이번 대회서만 5연승이다. 공백기의 핸디캡을 딛고 복귀 후 출전한 첫 세계기전서 결승 고지를 밟았다는 점이 놀랍다. "제아무리 이세돌이라도 원상복귀까지 최소 1년은 걸릴 것"이라던 바둑계의 진단이 보기 좋게 빗나가버렸다.

이번 대회 결승에 진출하기까지 이세돌이 얻은 5승 중 최소한 2~3승은 뒤집기 힘들 만큼 불리한 바둑들이었다. 결승 진출과 별개로 그의 페이스가 아직 완전히 올라온 것은 아니란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 하지만 매번 위태위태한 싸움으로 이끌면서 결정타로 난전을 마무리 짓는 게 이세돌의 스타일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창하오(常昊·34)가 준결승서 한국바둑의 '미래 희망' 박정환(17)을 요리한 솜씨는 일품이었다. 능숙하게 완급을 조절하면서 상대의 집요한 추격을 여유 있게 막아냈다. 2005년 잉씨배, 2007년 삼성화재배, 2009년 춘란배 우승 이후 생성된 노련미가 절정에 올랐다는 평도 나온다. 하지만 최근 들어 농심배 최종국에서 이창호에게, 춘란배에선 허영호에게 패하는 등 좋지만은 않다.

이세돌이 이번 결승서 승리할 경우 지난해 1월 제13회 삼성화재배 이후 15개월 만의 세계 정상 탈환이 된다. 이세돌은 삼성배를 제패한 뒤 이어진 대회에서 LG배 준우승, 비씨카드배 4강, TV아시아선수권 준우승에 머물렀었다. 이번에 우승할 경우 세계제패 횟수는 11번으로 늘어나게 된다.

한국 1위 이세돌과 중국 7위 창하오 간의 통산 상대전적에선 이세돌이 7승 6패로 미세하게 앞서 있다. 중국리그까지 범위를 넓히면 13승 7패로 차이가 확 벌어진다. 그러나 가장 최근인 2009년 6월 후지쓰배와 10월 중국리그 맞대결에선 모두 창하오가 승리했다. 두 차례의 번기(番棋) 대결 성적은 1승 1패(2001년 한·중 천원전 창하오 2대0승, 2005년 2회 도요타덴소배 결승 이세돌 2대1승).

현재 국가별 세계타이틀 분포를 보면 중국이 한국을 6대2로 압도하고 있다. 쿵제(LG배·삼성화재배·TV아시아선수권), 구리(도요타덴소배·비씨카드배), 창하오(춘란배)에 맞서 한국은 최철한(잉씨배) 강동윤(후지쓰배)만이 힘겹게 버티고 있다. 이세돌이 비씨카드배를 빼앗아 올 경우 불균형은 크게 완화될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이세돌은 이주형(아마) 홍성지 쿵제 박영훈 김기용을, 창하오는 왕레이 김혜민 펑첸 최철한 박정환을 눕히고 올라왔다. 이세돌의 신들린 흔들기와 창하오의 노련한 치고 빠지기 어느 쪽이 승리할까. 빠르면 27일, 늦어도 29일이면 해답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