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최고의 베스트셀러 찍은 엄정화

때론 주인공이 아니어도 흔쾌히 OK

엄정화와 작업을 같이 해본 사람들은 다 칭찬일색이다. 때와 장소에 따라, 각자 위치에 따라 그 내용은 다르지만, 딱 겹치는 부분은 '정확한 사람'이라는 평가다. 연기도 정확하게, 일도 정확하게, 어떤 악조건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딱 잡아준단다.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불행한 사건으로 마음이 편하지 않았을텐데, 180분간의 인터뷰 내내 그녀는 최선을 다했다.

최근 몇년간 안좋은 일만 이젠 나도 결혼하고 싶다!

◇정상에서 엄정화는.

89년 MBC 합창단으로 시작했다. 수많은 스타가 명멸하는 연예계에서 무려 20년 넘게 버텼다. 상대적으로 남자에 비해 수명이 짧은 여배우가 이리 오래 정상의 자리를 유지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톱스타로 20년이다.
▶그렇게 봐주시면 정말 감사하다. 가끔 나 스스로도 신기하다. 항상 느끼지만 참 운이 좋다.

-지나친 겸손은 악플을 부른다.(웃음)
▶일을 즐기기 때문인 듯하다. 휴식보다 일이 좋다. 필모그래피를 화려하게 만들기 위해 기다리고 또 기다리지 않는다. 그 순간 최선을 택한다고나 할까. 주어지는 일 중에서 제일 하고 싶은 작품을 고른다.

-영화 '베스트셀러'도 그렇고, 지난해 '인사동 스캔들'에서도 강렬한 캐릭터를 소화했다.
▶비중보다 느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때론 주인공이 아니어도 흔쾌히 'OK'한다. 그때그때 먹고 싶은 음식이 다르듯, 매번 끌리는 캐릭터도 다르다.

-긍정적인 성격이다.
▶큰일은 오히려 잘 넘기는데…. '소심한 A형'답게 사소한 걱정은 많이 한다. 지금도 돌아서면 후회할지도 모른다. 왜 인터뷰에서 그런 말을 했나하고. 

-술자리에선.
▶와인도 좋아하고, 소맥도 잘 마신다. 와인은 쉬라즈나 빌라마리아를 좋아한다.

-소맥은 몇 잔까지 가능한가. 혹시 주사는.
▶8잔까지는 마신다. 술에 취하면 아주 신나게 즐긴다. 분위기를 확실하게 띄우는게 주사라면 주사다.

친구들 만나 수다로 스트레스 풀어

◇카메라 뒤의 엄정화는?

엄정화는 파트너와 잘 지내기로 유명하다. 제작진과도 사이가 좋다. '공주병 말기'가 넘쳐나는 연예계에서 아주 소탈한 편에 속한다. 이날도 처음 작업을 한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화장이 마음에 안든다고 귀엽게 하소연했다. 오는 길에 급하게 직접 손을 봤다는 엄정화는 "화 많이 났겠다"는 질문에 가볍게 웃는다. "그 친구도 내 얼굴을 처음 만져보는 거라 어쩔수 없지 않느냐"고 편하게 넘긴다. 이런 엄정화의 카메라 뒤 모습은 어떨까. 최근 한 잡지에 공개된 그녀의 집(서울 한남동)은 완벽한 화이트의 심플＆모던 컨셉트였다.

-집이 예쁘던데. 촬영할 때만 열심히 청소한건가?
▶아니다. 하하. 평소와 비슷하다. 진짜로 어지럽히지 않는다. '천상 여자'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베스트셀러' 촬영장에서도 시간이 나면 뜨개질을 했다.)

-이쯤에서 정말 식상한 질문 하나 안할 수가 없다
▶결혼 계획 말인가? 사람이 생기면, 누가 나한테 청혼하면 하겠다. 최근 몇 년간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을 여러 번 겪었다.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아닌데? 뷰티 팁을 물어보려고 했는데? 말 나온 김에 마지막 연애가 언제였나?
▶(지난해 6살 연하 모델과 열애설에 휩싸인 바 있다) 확실히 얘기할 수 있는 건 지금은 교제중인 사람이 없다. 그런데 이 질문에 꼭 대답해야하나?

-스트레스는 어떻게 달래나.
▶친구들과 만나 수다를 떤다. 좋은 사람 만나 좋은 이야기 듣고. 동생(엄태웅)도 즐거운 수다 상대 중 한명이다. 동생이 좀 썰렁해서 주위 사람들이 힘들어하기도 하던데…. 하하. 나랑은 아주 잘 맞는다.

-음, 근데 엄태웅, '선덕여왕'에서 너무 진지하더라.
▶그걸 어쩌겠냐. 처음엔 '눈에서 불 나오겠다'고 놀렸다. 사극을 처음 해서 몸도 굳고 긴장한 듯 했다. 하루가 다르게 좋아지더라.

가수 매력있지만 배우가 더 좋아

　◇배우와 스타의 갈림길에서

엄정화가 이번에 일을 냈다. 15일 개봉되는 영화 '베스트셀러'의 반응이 심상치않다. 표절 논란에 휩싸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열연, 신들린 듯한 연기를 보여줬다.

　 -입소문이 벌써 장난이 아니다.
▶정말? 요즘 여러모로 마음이 그래서 리뷰도 제대로 못봤는데….

　 -제일 고생한 장면은.
▶촬영 내내 멍을 달고 살았다. 그중 3일간 찍은 격투신도 있다. 스태프들이 '언니가 좀 꾀를 부려야 우리가 편해지는데 너무하다'고 하더라.

　 -시나리오는 어떤 기준으로 고르나.
▶내가 재미있게 봐야한다. '베스트셀러'를 처음 봤을 때 확 필(Feel)이 왔다.

　 -거절했는데 대박이 난 작품은?
▶너무 많다. 하하. 구체적인 이름을 밝히긴 그렇고. 그 작품이 재미없다기 보다는 내가 그때 다른 캐릭터에 끌렸다고나 할까. 편하게 생각한다.

　 -'베스트셀러'의 이정호 감독은 이번에 처음 메가폰을 잡았다. 데뷔 20년차가 보기엔 어설퍼보일 때도 있지 않았을까.
▶전혀 아니다. 그리고 신인감독들과 작업을 많이 해서 익숙하다. 단 작가주의 감독님들과 작업을 하면 어떨까 궁금하긴 하다.

　 -흥행과 예술성 중 무엇을 먼저 보나.
▶둘 다 결코 포기할 수 없지 않을까. 흥행만 믿고 갈 수는 없다.

　 -하루가 다르게 유행이 변한다. 요즘 최고의 짐승남은 누구라고 생각하나?
▶비가 좋다.

　 -비를 짐승남이라고 하기엔 좀 연식이 된 듯한데.
▶어머, 비가 최고다. 노래도 잘하고, 진짜 근육질이다. 여자 후배 중엔 이효리가 좋고, 아 닉쿤 귀엽더라.

　 -지난해 같이 작업을 한 탑은 어떠냐. 항상 눈에 힘을 주고 있을 듯 한데.
▶정말 예의바르고 착하다. 가끔 전화해서 "누나 너무 힘들어요"라고 투정부리기도 한다. 성격이 밝다.

　 -눈에 들어오는, 무서운 후배가 있다면.
▶음… 서우다.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 참 잘한다 싶다.

　 -걸그룹의 약진을 보면서 불안하지 않던가.
▶(그들과) 굉장히 다르지 않나. 비교 자체가 의미 없는 듯 하다. 가수 엄정화로서 나의 색깔이 고민스러울 뿐, 경쟁에 서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스타와 배우의 갈림길에서 당신의 선택은.
▶배우다. 정말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 물론 가수 엄정화는 스타로서 기억되야겠지만 말이다. 배우로서 가수로서, 두 길을 꾸준히 걸어온 나에게 이젠 팬들도 고개를 끄덕이지 않나 싶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

애프터 스토리 엄정화는 6일 오전 자신이 운영하는 트위터에 "어제부터 일주일 내내 릴레이 인터뷰 하루 여섯 시간"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영화 얘기만 한다면 이렇게 지치진 않을 텐데 막막함에 마음이 가라앉는다"고 말했다. 이는 '베스트셀러' 인터뷰 중 고 최진영에 대한 질문을 받아서다. 지난 5일부터 '베스트셀러'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엄정화는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에서도 홍보 강행군을 거듭하는 프로근성을 발휘하고 있다. 고인에 대한 질문엔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 지금도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다"는 심정을 토로했다. 10년이상 입을 만한 옷-디자인 선호   엄정화의 패션 팁 엄정화는 자타공인 연예가 대표 트렌드세터다. 그러나 의외로 시계나 보석은 별로 없고, 옷은 오래 입을 수 있는 스타일을 선호한다. 요즘엔 트렌치코트에 '꽂혀'있다. 10년은 입을 만한 디자인을 고심 중인데, 쇼핑은 주로 단골 편집 매장에서 한다. "패션 감각은 타고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엄정화는 "절대 아니다"라고 힘줘 말했다. 제일 필요한 덕목은 '용기'란다. "나이를 의식하고 유행만 생각하다보면 비슷비슷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때로는 연예인이나 할 듯한 화려한 아이템으로 과감하게 멋을 내보라는 이야기다. "나라고 왜 콤플렉스가 없겠느냐. 그러나 절대 비밀이다. 밝히는 순간 사람들이 그 곳만 쳐다볼 거 같다"며 활짝 웃는 엄정화는 "자신만의 매력 포인트를 살려라. 멋쟁이의 출발점은 바로 당당함"이라고 강조했다. 매일 40분 씩 반신욕…다이어트에도 효과 만점   엄정화의 뷰티 팁 　 필라테스와 빠르게 걷기로 몸매관리를 한다.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지만, 불행중 다행히(?) 기름지고 단 음식은 멀리한다. 한식을 즐긴다. '베스트셀러' 촬영을 앞두고는 철저한 채식 식단을 고수, 7㎏을 뺐다. 피부관리의 비결은 반신욕이다. "백옥같은 피부는 아니니까, 20대때는 거의 매일 관리를 받았어요. 쉬는 날엔 운동하고 피부 관리받고 부지런을 떨었죠." 요즘엔 그렇게까진 못한다. 단 반신욕은 매일한다. 영화 촬영 전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될 듯해 시작했다. 처음엔 지겨워죽는줄 알았다. 10분도 힘들었는데, 요즘엔 40분도 너끈하게 버틴다. 붓기도 빠지고 피부가 투명해지는 등 효과를 실감한다. 책도 읽고, 혼자 이 생각 저 생각 하다보면 절로 마음이 차분해진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