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D 영화 제작의 본격화, '아바타' 누를수 있을까?

[스포츠조선 T―뉴스 이진호 기자] 할리우드 대작 '아바타'는 전 세계에서 26억 달러(약 2조 9454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며 3D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아바타'는 국내에서도 133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그간 국내 최다 관객 1위였던 '괴물'을 꺾어 국내 영화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거장 제임스 카메룬 감독은 1997년 '타이타닉'에 이어 국내 영화계에 3D 영화라는 새로운 숙제를 남긴 셈이다.

'아바타'의 인기는 단순히 세계 최다 관객 동원이란 객관적 지표를 넘어 향후 영화계의 새로운 미래를 이어나갈 장르의 탄생을 의미한다. 때문에 '아바타'의 흥행 이후 할리우드에서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 30여편이 넘는 3D 영화가 제작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3D 영화에 대한 도전이 시작되고 있다. 지난 달 국내 3D 영화 최초로 '현의 노래'가 크랭크인을 한데 이어 곽경택 감독의 '아름다운 우리', 윤제균 감독의 '제7광구'. 심형래 감독의 '더 덤마피아' 등 다양한 장르에서 제작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영화의 3D의 가능성과 현재 시장 상황은 어떨까?

▶3D 영화, '우리의 가능성은?'

국내 영화인들은 한국형 3D 영화에 대해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아름다운 우리'의 메가폰을 잡는 곽경택 감독은 지난달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3D 월드포럼' 기조연설에서 "3D 영화시장에서 한국의 기술은 할리우드에 뒤져 있지만 언어구성은 세계 영화계 모두가 동일 출발점에 서 있다"며 "한국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윤제균, 심형래, 이재한 감독 등 젊고 능력있는 영화인들의 3D 영화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도전은 밝은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아직 국내 영화계는 3D 영화에 대한 인프라가 전무한 상황이지만 국내 감독들만의 섬세한 카메라 터치와 독창적인 스토리텔링, 영화 구성 능력으로 판단할 때 우리 영화의 기본기는 탄탄하다는 평이다.

3D 극장이 늘어나고 있는 점 역시 3D 영화 제작에 있어 호재다. CJ CGV는 현재 86개 3D 상영관을 올해 160개까지 확대할 계획이고 씨너스는 최근 3D 디지털 상영관 20곳을 확충했다. 롯데시네마도 연말까지 최대 100개관으로 3D 상영관을 확충할 예정이어서 3D 영화의 제작사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개봉관의 부담은 한결 덜었다.

▶국내 영화가 추구하는 3D 방식은?

3D 영화의 제작 방식은 2D 방식으로 촬영한 뒤 CG를 입혀 3D로 변환시키는 컨버팅 방식과, 3D 카메라로 직접 찍어 촬영하는 방식 등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컨버팅 방식은 CG라는 눈속임을 통해 3D 효과를 만들어 내는 방식으로 입체값에 따라 퀄리티가 달라질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직접 3D 카메라로 직접 촬영한 것보다 입체적 효과가 떨어진다는 평이다.

제작 비용면에서도 미국의 자료를 바탕으로 산출하면 2시간 짜리 영화에 약 60억원의 제작비가 추가 소요된다. 때문에 컨버팅 방식은 할리우드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선호되는 방식은 아니다.

국내 영화인들이 관심을 갖고 도전하는 분야는 바로 3D 카메라를 이용해 직접 촬영하는 방식의 제작이다. '아바타' 역시 3D 전용 카메라를 이용해 뉴질랜드의 대자연 속에서 촬영됐다. 효과는 이미 관객들이 '아바타'에서 느꼈던바와 같이 최적의 3D의 움직임과 입체감을 구현해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국내에 3D 관련 장비가 단 한대도 없는 실정이고, 가격도 상당히 비싼 편이어서 초기 자본이 많이 들어간다는 어려움이 있다.

▶당면 과제는? 인력 양성과 인프라 축적

국내 영화인들이 3D 영화를 제작함에 있어 가장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분은 3D 관련 인프라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아직까지 국내에는 제대로 된 3D 촬영 장비가 한대도 없는 실정이고, 처음 진출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제작비가 얼마나 소요될지도 정확한 데이터를 산출할 수 없다. 때문에 제작비를 선뜻 투자하려는 투자자도 많지 않은 상황이다.

3D 관계자들은 정부의 지원이 미미하다는 점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영화 진흥위원회의 3D 제작 지원금은 8억원정도 뿐이고, 그나마 이 돈도 현재 제작하는 4편 중 한편만 지원받을 수 있다. 관계자들은 정부가 하루 빨리 3D 관련 법을 제정해 지원해야 우리 영화가 뒤쳐지지 않는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영화 '아름다운 우리'의 임희철 총괄 프로듀서는 "장비도 없고 무엇보다도 영화에 대한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제작비가 얼마나 들어갈지 책정할수가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국내 영화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 3D 영화인을 양성한다는 사명감과 선구자적인 마인드가 아니면 3D 영화에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큰 모험"이라고 전했다.

내외부적으로 어려운 3D 제작 여건이지만 그간 어려운 상황에서도 우리 영화인들이 좋은 영화를 만들어 왔기에, 앞으로 우리 힘으로 만든 3D 영화가 '아바타'를 누르고 세계로 비상할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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