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시네마 리뷰] 나잇살과 비키니의 함수관계

<육혈포 강도단>이라는 영화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귀에 꽂히는 것은 아무래도 ‘육혈포’라는 단어였습니다. 아마 총기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육혈포’라는 단어에서 ‘리볼버’를 떠올리게 될 것이고, ‘슬라이드 방식(탄창형)’의 권총이 아니라 실린더 방식의 6발들이 권총으로 연상이 될 터인데요.



저에게는 프로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어느 날 홍차에 찍어 먹은 마들렌을 통해서 갑작스레 자신의 잃어버린 과거를 떠올리는 일화처럼, ‘육혈포’라는 단어는 ‘권총’보다는…과거에는 자주 들었지만, 이제는 듣기 힘든 단어들이 줄지어 떠올랐습니다. ‘암굴왕(몬테크리스토 백작의 일본식 번역)’, ‘얄개(이승현이라는 배우가 스타덤에 올랐던 영화시리즈)’, ‘명랑’, ‘방공방첩’, ‘새마을’, ‘오발탄’, ‘삐라’, ‘김내성(우리나라 초기 추리소설작가)’ 등등….



그런 목적으로 영화 제목을 달았다면, 제게는 아주 성공적인 마케팅을 한 것입니다. 결국 제가 보고 말았으니까 말입니다. 사실 세 명의 노여배우들이 궁금하기도 했지만 말입니다.

하와이 여행을 위해서 8년간 837만원을 모은 세 할머니들이, 은행에 입금하기 직전 은행 강도에게 돈을 털리게 되고, 은행에서는 입금처리가 안되었다는 핑계로 보상을 거부하자, 급기야 직접 그 은행을 딱 837만원만 털기로 하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현대에 와서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덜 먹게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경제적 풍요를 더 많이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고칼로리의 음식들을 먹을 기회가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몸속의 유전자는 석기 시대 이후로 바뀐 것이 없습니다. 여전히 나이가 들면 지방을 잘 저장하도록 프로그램된 것에 충실하게 움직이게 됩니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들수록 체중이 늘어나게 되고, 이를 흔히 나잇살이라고 하게 되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런 노년기의 비만은 치료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위에서 말했듯이 체중이 늘도록 프로그램 되어 굴러가는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린다는 것이 너무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폐경 이후의 여성에서는 한 달에 체중을 2kg 줄이면 아주 성공입니다. 젊은 여성들은 한 달에 5kg 정도 빠지지 않으면 다이어트로 인정하지도 않지만 말입니다.

언제부터인가 나이든 배우들이 꾸준히 자리를 잡고,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까지 활동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모습들이 좀 더 지속되길 바라고, 아직은 코미디라는 장르에만 고착된 경향이 강한데, 더 많은 장르에서 노배우들의 꾸준한 연기를 보고 싶습니다. (김수미씨가 조인성씨와 함께 영화 <페드라>를 찍고 싶다고 하셨다는데, 정말 갈채를 보내고 싶습니다.)

윤장봉<나우비클리닉 원장, 대한비만체형학회 공보이사>

영화 내내 대단하게 생각했던 것은 세 노여배우들의 체력이었습니다. 사실 영화촬영장을 다루는 다큐멘터리들을 보면, 영화배우라는 직업이 결코 체력적으로도 쉽지 않다는 것은 잘 아실 겁니다. 우리가 동네 뒷산을 한번 올라갔다 와도, 사무실에만 근무하던 저질체력들은 어쩔 수 없이 헉헉거릴 수밖에 없는데, 수없이 장소를 옮겨 가면서 영화를 찍는다는 것이 체력적으로 결코 쉽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나이가 드신 여배우들은 일반인보다 체중이 잘 안 느나보다 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육혈포 강도단>의 대사 중에서 “와이키키 해변에서 비키니를 입고 싶다”거나 “그러게 평소 몸매 관리 좀 하라”는 등의 대사가 귀에 꽂히더군요. 영화 속 대사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영화계를 쥐락펴락 하는 명 노배우들도 나이가 들면서 나잇살 때문에 고민하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나이가 들면 나잇살이라는 것을 감수해야 됩니다. 나잇살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될까요. 아마 설명을 하자면 몇 만 년을 거슬러 올라가야 될 겁니다. 원시시대를 상상해 봅시다. 좀 더 구체적으로 구석기 시대 정도라고 가정해 보고, 지금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이 시대의 55세 할아버지라고 합시다(구석기 시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주 장수한 겁니다). 여러분에게 16살짜리 손자가 있습니다. 자, 둘이서 매일 사냥을 하고, 열매를 따오면서 생명을 영위해야 될 텐데, 솔직히 누가 먹을 것을 더 많이 구하겠습니까? 물론 나이에 따른 경험적 이점을 활용해서 좀 더 현명하게 몸을 놀리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젊은 체력을 이길 수는 없을 겁니다.



그래서 우리를 만든 조물주께서는 나이 들수록 먹이를 구하는 능력이 떨어지니까, 먹은 음식들은 지방으로 저장을 잘 하도록 해놓고, 한번 저장된 지방은 웬만해서는 소모하지 않도록 몸을 프로그래밍해주셨습니다. 인슐린, 글루카곤, 렙틴 등의 호르몬과 갈색지방세포라는 독특한 지방세포 등에 의해서, 나이가 들수록 내장 기관의 에너지 소모, 즉 기초 대사량이 저하되어 에너지 소모는 줄어들고 지방은 더 쉽고 빠르게 저장하도록 만들어 주신 겁니다. 먹이를 좀 못 잡더라도 몸에 잘 저장된 지방을 에너지로 써서 생명을 최대한 이어갈 수 있도록 해 놓은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