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오성, '반가운 살인자'로 3년만에 스크린 컴백
입력 : 2010.04.07 16:13 | 수정 : 2010.04.07 17:49
| 영화배우 유오성은 강한 남자의 표상이다. 짙은 눈썹, 움푹 들어간 눈, 굵은 턱선, 탄탄한 어깨, 무거운 목소리. 강한 남자가 지녀야할 모든 것을 가졌다. 영화 '친구' '챔피언' 등 그의 대표작 역시 거친 남자 스토리다. 그랬던 유오성이 영화에서 처음으로 불쌍한 실업자 아버지 역을 맡았다.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어깨는 한 없이 작아졌고, 불을 뿜을 것 같던 깊은 눈은 타버리고 남은 불씨처럼 작아졌다. 영화 '반가운 살인자'(감독 김동욱)에서 딸(심은경)을 위해 연쇄살인범을 쫓는 백수 아버지 김영석 역으로 돌아온 유오성. 과거의 강한 모습을 버리고 돌아온 한 남자를 만났다. |
| 거친 카리스마男 초췌한 아버지로… |
| TV에선 '착한 양'이었는데… 집에선? 당근 가정적인 남자죠 |
▶지난해에 드라마 '태양을 삼켜라' 끝내고 연극을 2편이나 했어요. 그런데 제가 '주유소 습격사건' '친구' '챔피언' 같은 영화들로 많은 사랑을 받아서 그런지 아무래도 TV보다 영화를 통해서 저에 대한 존재감을 느끼시는 거 같아요. 영화로 만나는 건 '각설탕'(2006) 이후 처음이니까요.
-영화에서 처음으로 부드러운 역을 맡았어요. 그동안 정말 카리스마 캐릭터만 맡았잖아요.
▶참 신기한 게 영화에서는 강하고 센 역할만 했는데, TV에서는 저를 또 '순한 놈'으로 계속 봐요. 예전에 일일드라마 '하나뿐인 당신'도 부드러운 연기를 했고, '투명인간 최장수' 때도 그렇고. 많은 분들이 제게 카리스마를 얘기하시는데 전 단순히 인상 쓰고 남자다운 게 카리스마가 아니라 부드럽고 힘없는 캐릭터라도 관객들에게 납득시키는 힘이 진짜 카리스마라고 생각해요. 그게 바로 배우의 카리스마인 거죠.
-실제 아버지로서의 모습은 어떤가요?
▶일상으로 돌아오면 저도 가장이고 아버지이자 남편이죠. 집안에서 트레이닝복 입고 뒹굴뒹굴하는 것도 비슷합니다. 아들이 둘 있는데 아들들 하고는 친구나 마찬가지예요. 네 살짜리 둘째가 며칠 전엔 "우린 친구지?"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상당히 가정적인 모습인데, 가사는 좀 도와주나요?
▶음식은 재주가 없어서 못해요. 대신 청소하고 음식물 쓰레기 처리는 제가 꼭 해요. 밥 얻어먹은 놈이 음식물 쓰레기까지 버리라고 하면 미안하잖아요.
-평소에 자동차 없이 그냥 다닌다고 들었는데 진짜인가요?
▶집에 차가 한 대에요. 와이프가 애들 때문에 더 바쁘니까 차는 주로 와이프가 쓰죠. 전 웬만하면 걸어 다니는 편이에요. 길가다 사람들하고 인사도 하고, 사인 부탁하면 해드리고…. 전혀 불편하지 않아요.
| 선천적인 배우? 사실은 노력파인데요… 우연히 연쇄 살인범 잡는 코믹-감동 스릴러 |
배우는 연기가 없으면 노는 거니까 비정규직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그럴 때 더 고민을 하게 되는데 걸어 다니면서 주변 사람들도 관찰하고, 그 사람을 주인공으로 머리 속에서 소설을 쓰기도 하죠. 이번엔 제 또래의 남자들을 관찰하면서 부성애, 아버지의 비애나 적막감, 가장의 짐 같은 것들을 많이 생각했어요. 배우는 평상시 생각과 경험, 가치관이 연기에 배어 나오거든요. 걸으면서 사람들 만나고 대화하는 게 아무래도 많은 도움이 되요.
-은사인 최형인 교수(한양대 연극영화학과)가 유오성씨를 선천적인 배우라고 평했는데, 조금은 다른 모습도 있네요.
▶어, 저 무척 노력하는 배우인데요.(웃음) 인생의 어르신인 선생님의 경지에서 보시고 평가하는 부분이겠죠. 아무래도 연극부터 시작해서 연기를 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어서 그런 거 같아요. 대학로 생활도 오래 했고….
-영화 '친구' 당시에 최고 인기를 누리며 영화배우로서 정점을 찍었다고들 말하는데요.
▶인생을 산맥이라고 하면 정점도 넘어가는 고개 중 일부에요. 가는 과정 중에 있는 거죠. 배우로서는 정점이었을지 모르지만 인간 유오성의 정점은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정상을 바라보는 세상과의 가치가 다른 거죠. 넘어가는 고갯마루죠. 제가 위에서 내려다보면서 만세 부른 적도 없지만, 3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꼭대기였다고 하면 너무 재미없지 않나요. 오히려 그 때가 배우가 되려고 했던 초심과 연기에 대한 정열과 치열함을 끊임없이 자극시키는 거 같아요. 그래서인지 요즘 처음 영화 찍었을 때 같은 설렘이 있어요. 두근두근 긴장도 되고요.
유오성이 '남자' 대신 '아버지'를 선택한 '반가운 살인자'는 어설픈 형사(김동욱)와 실업자 아버지가 우연히 연쇄살인범을 잡기 위해 손을 잡는다는 코믹 스릴러다.
이야기 전반에 유오성의 진한 부성애가 깔려 있다. 코믹과 감동이 잘 버무려진 '반가운 살인자'는 8일 개봉한다.
<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