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고수익을 보장해 주는 주가연계증권(ELS)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이 증권 발행으로 증권사들의 손실이 커지는 이상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고객에게 약정한 수익률을 맞추기 위한 헤지(위험분산) 거래에서 계속해 적자가 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증권사들이 최근에 내놓는 상품에는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안겨줄 수 있는 '함정'도 숨어 있으므로 ELS 매입 때 세심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투자전문가들은 조언했다.
ELS는 발행시 코스피200과 같은 지수상품, 삼성전자나 포스코와 같은 우량종목 등을 기초자산으로 묶어 수익률을 보장해 준다. 예를 들면 "삼성전자 주가가 향후 1년간 매입가격의 95% 밑으로 빠지지 않으면 10%의 이자를 주겠다"는 식이다. 발행사인 증권사들은 약속된 수익률을 담보하기 위해 해당 ELS 자산 중 절반 이상을 채권으로 매입해 고정 수익률을 얻는다. 하지만 한 자릿수 금리에 불과한 채권만으로는 약정된 이자를 주기 힘들다.
그래서 나머지 수익률을 채우기 위해 주식을 사는데, 여기에 헤지거래가 동원된다. 고객에게 주기로 한 수익률을 지급하기 위해 여기서 더 높은 수익을 내야만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주가가 조금씩 오르면서 수익을 낼 수 있는 변동성 자체가 크게 줄어들었다. 주가가 크게 움직여줘야 싸게 사고 비싸게 파는데 이러한 기회가 사라졌으니 투자전문가가 ‘한탕’할 여지가 줄어든 것이다.
반면 주가는 슬금슬금 올라 코스피 기준으로 1700선마저 넘어버렸다. 고객에게 상승분만큼의 수익은 줘야 하지만 헤지거래로 이익은 못 냈으니 그 차액은 고스란히 증권사의 손실로 연결됐다.
영업환경은 더 각박해졌다. 금융위기 회복 과정에서 ELS가 대안상품으로 자리잡기 시작했고 너도나도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경쟁이 심해지면서 일부 대형 증권사의 경우 올해 들어서만 100억원대의 손실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출혈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연 20~30% 고수익을 내주겠다는 상품들도 많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함정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한 증권사 고위임원은 “ELS 가운데에는 원금을 보장하지 않는 대신 고수익을 약속하는 상품들도 많이 나오고 있다”며 “증권사가 약속한 수익조건에 주가가 부합되지 않으면 큰 손실을 낼 수 있으므로 증권사에 이익구조뿐 아니라 손실구조도 잘 물어보고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