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몰리는 채권형 펀드, 봄날 언제까지?

올 1분기는 채권형 펀드 투자자에게는 '봄날'이었다. 전 세계적인 저(低)금리 기조의 영향으로 채권 펀드 수익률이 국내·외 가릴 것 없이 주식형 펀드를 압도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채권 펀드의 수익률 호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작지 않지만, 세계 각국이 올 하반기부터 '출구 전략' 차원에서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수익률이 나빠질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저금리 영향으로 채권형 펀드 강세

지난 1분기 전체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 1.06%로 집계됐다. 반면 전체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은 2.69%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국내 증시 개장일인 지난 1월 4일 국내 주식 펀드와 국내 채권 펀드에 각각 1000만원씩 투자했다면 지난달 31일 현재 이 돈은 얼마가 돼 있을까? 펀드 판매·운용 수수료가 없다고 가정한다면 주식 펀드 잔고는 990만원으로 쪼그라들었고 채권 펀드는 1027만원으로 불어났다고 볼 수 있다.

지난 1분기 채권 펀드의 수익률이 좋았던 것은 이 기간 채권 금리는 비교적 큰 폭으로 내린 반면 종합주가지수는 거의 오르지 않았기 때문. 일반적으로 채권 펀드는 시중 금리가 내릴 때 수익률이 좋아진다. 펀드에 편입된 채권 가격이 금리 하락기에 상승하기 때문이다. 주식 편드는 편입된 주식 가격이 올라야 수익률이 좋아지는 것과 동일한 원리다. 대표적인 국고채 가운데 하나인 통안증권 2년물(物) 금리는 지난 1월 4일 4.49%에서 지난달 31일 3.59%로 90bp(1bp는 0.01%) 급락했고, 회사채 무보증 3년물(AA- 기준)도 같은 기간 5.56%에서 4.89%로 60bp 이상 하락했다.

이계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금은 물가를 감안하면 실질 금리가 제로나 마이너스인 상황"이라면서 "이 같은 절대 저금리 기조의 영향으로 채권형 펀드가 수익률 면에서 주식형 펀드를 이례적으로 추월했다"고 설명했다.

◆채권 펀드에 두달 연속 1조원대 유입

국내 채권시장이 강세를 보이면서 채권 펀드에는 연일 뭉칫돈이 몰려들고 있다.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던 지난 1월에는 채권 펀드에서 1조원 넘게 자금이 빠져나갔지만, 증시가 박스권 등락을 거듭하던 2월과 3월에는 두 달 연속 1조원 넘는 자금이 다시 채권 펀드로 몰려들었다. 이에 따라 올 1분기 국내 채권 펀드에 순유입된 자금은 1조7000억원에 육박한 반면, 국내 주식 펀드에서 순유출된 자금은 2조원을 훌쩍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국내 채권 펀드별 수익률을 보면 '동양장기회사채증권'(동양운용)이 가장 높은 3.99%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이어 '교보악사투모로장기우량증권'(교보악사운용)과 '삼성ABF인덱스증권'(삼성운용) 등이 3%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들 펀드의 분기 수익률을 연간으로 환산하면 연 15% 안팎에 달하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셈이다. 유형별로는 채권 금리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1년 초과 5년 미만 만기의 중기채를 집중 편입하는 중기 채권 펀드의 수익률이 좋았다.

특히 올 1분기엔 해외 채권 펀드의 수익률이 단연 돋보였다. 전체 해외 채권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4.53%로 집계됐으며, 위험등급 채권에 집중 투자하는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 펀드와 러시아·멕시코 등 신흥시장 회사채에 집중 투자하는 이머징시장 채권 펀드의 수익률은 5%를 넘어섰다. 이는 저금리 영향으로 선진국 시장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상대적 고성장을 누리고 있는 이머징시장의 회사채를 집중 매입하면서 이머징시장 회사채 금리가 점차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 상승 가시화… 수익률 낮아질 수도

채권 펀드 수익률이 올 1분기에 비교적 좋았지만, 수익률이 앞으로도 계속 좋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채권 금리가 당장 오르지는 않겠지만, 통화 당국이 연내에 '출구 전략' 차원에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 채권 펀드 수익률도 단기간에 나빠질 수 있다. 펀드 전문가들은 이런 이유로 지금 채권 펀드에 가입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양진모 SK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올 가을쯤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면서 "금리 인상이 가시화되면 채권 펀드의 매력도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라면 채권과 주식에 골고루 투자하는 채권 펀드 가입도 고려할 만하다. 임세찬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기관이나 은행이 자금을 굴릴 데를 찾지 못해 채권에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올 2분기엔 증시 조정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채권 자산의 비중을 조절할 수 있는 혼합형 가입이 하나의 대안"이라고 조언했다. 이계웅 연구원도 "채권 펀드 투자는 주식형보다 투자 기간을 상대적으로 길게 가져가야 한다"면서 "이런 점을 감안해 채권 펀드 가입에 따른 득실을 꼼꼼히 따져보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