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外交的 멘트

〈제10보〉(154~169)=쿵제는 전형적인 대기만성(大器晩成)형이다. 27세 되던 2009년부터 3개 세계기전 연속 정복이란 엄청난 폭발을 이루고 있지만, 그 이전엔 제2회 춘란배 3위(2000년)가 최고 성적이었다. "중국 팬들께 항상 송구스럽다. 특히 나를 항상 믿고 격려해 주시는 어머니께 머리를 들 수 없다.―" 2004년 한 인터넷 사이트에 떴던 쿵제의 글 중 일부다.

흑이 ▲로 젖힌 장면. 당연한 154에 쿵제는 155, 157의 독수(毒手)를 들고 나온다. 159로 받아 패(覇)싸움을 하자는 노골적 도발이다. 우하귀에 많은 팻감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흑의 즐거움. 반면 백은 자칫 잘못 받으면 상변 대마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

"158로 참고도 1에 후퇴해도 백이 안 나빠 보인다." 국후 쿵제가 내놓은 소감이다. 12까지 우하귀 백은 양패로 살아 있고, 좌상귀 백A는 흑B 때 팻감을 못 당한다. 이 그림은 흑이 약간이라도 우세하다는 결론. 따라서 쿵제의 소감은 승리 후의 '외교적 멘트'쯤으로 해석됐다. 158은 변화가 필요한 백의 바람직한 반발이었던 셈. 아무튼 예상 못한 곳에서 때아닌 패싸움이 시작됐다. (163…157, 168…1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