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 시네마 리뷰] 영화 '사요나라 이츠카'

미망인과의 사랑 - 인생의 성공 사이에서 갈등하는 남자

　유타카(니시지마 히데토시)는 좋은 직장과 능력을 갖춘 청년, 중매로 만난 여자와 곧 결혼할 예정이다. 하지만 결혼 전에 잠시 태국지사에 머물면서 마음이 흔들린다. 토우코(나카야마 미호) 때문이다. 부유한 미망인인 토우코는 결혼을 약속한 사람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유타카를 유혹하고, 둘은 서로에게 깊이 빠져들고 만다.

영화는 두 사람의 불 같은 사랑과, 순간순간 멈칫하는 유타카를 번갈아 보여준다. 태국 생활을 문제없이 보내고 돌아가면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성공을 향한 고속도로이다. 꿈과 성공을 좇을 것인가, 사랑을 선택할 것인가.

가슴 따뜻한 순애보와 어울릴 듯한 제목과는 다르게 사실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쉽게 공감을 얻지 못할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먼저 두 사람의 사랑과 만남은 단순한 충동적 사랑으로 보이기 쉽다. 유타카의 예비신부에게 상처를 줄 것이 분명함에도 멈추지 않는 그들의 사랑놀음이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게다가 25년이나 흘러 다시 만났을 때, 흰머리 희끗한 두 사람이 눈물을 쏟아내는 장면 또한 감정이입이 쉽게 되지 않는다. 그만큼 서로를 잊지 못하고 있었다는 의미겠지만 지난 사랑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중년의 두 남녀는 어딘가 어색하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길을 잃지 않는다. 그것은 영화 곳곳에 심어둔 유타카의 '꿈' 덕분이다. 사실 이 영화의 주제는 불같은 사랑이 아니다. 한 남자가 사랑과 꿈, 성공 사이에서 갈등하고, 선택하고, 또 그것들을 뒤돌아보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젊은 시절 장면이 미래 유타카의 회상이라고 생각해도 무관하다. 영화에서 그는 선택하고, 그에 따른 삶을 살아가고, 그리고 과거를 돌아본다. 그는 그저 자신의 꿈과 사랑을 떠올리고, 진정 원하는 것을 찾으려 한다. 그리고 그것이 관객들로 하여금 그를 이해하게 한다.

전작 '내 머리속의 지우개'로 많은 이들을 울렸던 이재한 감독의 작품인 만큼 '사요나라 이츠카' 또한 인물, 장소, 주변환경 등을 모두 활용했다. 특히 음악은 매력포인트다. 종소리, 물소리 등의 음향효과에서부터 클래식, 재즈 등 다양한 음악을 활용하여 영화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경쾌한 음악 덕분에 정사신이 무겁지 않고, 위트 있는 음악 덕분에 사랑을 져버린 태국과 흐른 세월이 슬프게 느껴지지 않는다.

분명한 사건이나 자극적인 표현으로 시선을 끄는 것은 아니지만, 적당한 속도감과 멜로의 요소, 섬세한 연출, 매력적인 두 배우의 열연이 더해져 영화를 완성했다.

< 김은솔ㆍ청룡시네마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