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과 구리(古力), 한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세계 바둑계 두 스타가 8개월만에 재격돌한다. 일본 도쿄서 벌어지고 있는 제23회 후지쓰배 16강전(12일)서 이세돌은 일본 안자이(安齊伸彰)를, 구리는 한국 박정환을 각각 따돌렸다. 14일 같은 장소에서 벌어질 8강전 대진추첨 결과 하필이면 둘이 딱 맞닥드리게 된 것.
한국 랭킹 1위 이세돌과 중국 2위 구리는 세계가 알아주는 최고 라이벌이다. 둘은 지난 2004년 첫 대결 이후 9승 9패의 호각을 유지하다가 작년 8월 봉황고성배 때 이세돌이 승리, 10승 9패란 간발의 차로 우세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세계 타이틀을 놓고 마지막으로 격돌했던 지난 해 초 13회 LG배 결승에선 이세돌이 0대2로 완패한 바 있다.
이세돌은 이날 승리로 6개월 간의 휴직에서 복귀한 뒤 18연승 무패의 연승가도를 질주 중이다. 이세돌은 오는 24일부터는 제2회 비씨카드배 패권을 놓고 중국 창하오(常昊)와 결승 5번승부를 펼칠 예정이다. 구리는 최근 다소 부진, 쿵제(孔杰)에 이어 2위로 내려앉았으나 여전히 무시무시한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이번 대회 8강전은 이들 이세돌-구리 전 외에 나머지 3장의 카드 역시 한-중 대결로 치러지게 됐다. 전년도 후지쓰배 우승자인 강동윤은 추쥔(邱峻)과, 박영훈은 퍄오원야오(朴文堯)와 4강 티켓을 다툰다. 또 유망주 김지석은 중국 1위 쿵제와 일전을 겨룰 예정이다.
기대를 모았던 한국 최연소 출전자 박정환(17)은 중국 맹장 구리와의 난타전서 한 순간 실족하며 불계패,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이 대회서 최근 3년 간 연속 준우승을 차지했던 이창호도 중반 의문수가 등장하면서 추쥔(邱峻)에게 길을 비켜줬다. 후지쓰배는 한국이 총 14회(10연속 우승 포함)에 걸쳐 우승했던 무대로 1500만 엔(약 1억 8000만 원)의 우승 상금이 걸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