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오기 전까지… 이 작품은 미완성

경기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중앙홀에 들어서면 녹색과 옥색이 어우러진 2000㎡ 규모의 공간과 맞닥뜨린다. 국립현대미술관이 기획한《2010 올해의 작가 박기원:누가 미술관을 두려워하랴》전(展)에 나온 작품 〈배경〉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1995년부터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에 기여했거나 성과를 보여준 작가를 선정해 발표해왔다. 공간을 주제로 독창적인 작업을 보여온 박기원이 올해의 작가로 선정됐고, 이번에도 공간에 대한 작가의 독특한 접근을 보여주고 있다. 미술관 장소이자 작품인〈배경〉을 가까이서 감상하기 위해 관람객은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한다. 안으로 들어가면 마치 바닷속으로 걸어가는 것 같기도 하고, 은은한 조명을 받는 공간 전체를 바라보면 신비스러운 매트릭스 같기도 하다. 보통 미술관 전시 작품에는 손댈 수 없지만, 〈배경〉은 직접 걸어 들어갈 수 있고 만져볼 수도 있다. 관람객이 공간 안으로 합일되는 순간 작품이 완성된다.

박기원의 작품〈희미한〉은 전체 무게가 2t에 달하는 0.1㎜의 스테인리스 줄을 전시장에 손으로 풀어놓은 작품이다. 멀리서 보면 마녀 머리칼처럼 부드럽게 보이기도 하고, 좀 더 가까이 가면 건초 더미처럼 보인다. 작가는 "야외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을 실내에서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고향의 들판을 거닐며 느꼈던 기억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건초 더미처럼 쌓여진 스테인리스 줄을 보면서 시골 풍경을 떠올린다. 상상과 기억이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한다.

〈AirWall〉은 공기를 넣은 투명한 튜브를 벽돌처럼 쌓아 공간을 가로지르는 벽으로 만들었다. 벽이지만 투명해 안과 밖이 구별되지 않고, 벽 너머 사람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작가는 공간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공간 자체를 드러내고 있다.

전시는 5월 30일까지 이어진다. (02)2188-6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