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붓'으로 걸작을 조롱하다

중국의 미디어 작가 먀오 샤오춘이 5월 16일까지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라리오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먀오 샤오춘은 2005년부터 컴퓨터를 이용한 '디지털 페인팅'을 본격적으로 보여줬는데, 그의 〈최후의 심판〉은 미켈란젤로의 원작 〈최후의 심판〉을 3D기법을 이용해 컴퓨터로 그린 작품이다.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에서, 흑백의 화면 위에 다양한 인물 대신 마네킹 인형 같은 작가의 아바타를 그려넣어 거장의 걸작을 재해석했다. 지난 9일 서울에서 만난 먀오 샤오춘은 "〈최후의 심판〉에 나를 형상화한 아바타를 많이 그려 넣은 것은 천당이나 지옥의 구분이 없다는 뜻을 암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지난 3월 뉴욕 전시에서 선보였던 《마이크로코즘》전(展)에 나온 애니메이션 작품에는 동영상과 함께 효과음으로 들리는 컴퓨터 자판 두드리는 소리가 귀를 자극한다. 작가는 "컴퓨터 자판 두드리는 소리는 우리 세대의 소리"라면서 "이 소리가 많은 걸 변화시켰고 문화와 예술도 변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상하는 것을 컴퓨터로 표현하고 있다"면서 "내 상상력이 컴퓨터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중국의 현대미술 작가들이 자기 나라의 정치 현실이나 급격한 변화와 같은 사회상을 작품에 녹여내고 있는 데 비해, 먀오 샤오춘은 컴퓨터로 대변되는 기술에 빠져 있다. 그는 베이징의 중앙미술학교를 졸업한 뒤 독일에서 공부했으며, 지금은 모교에서 교수로 가르치고 있다.

먀오 샤오춘의 이번 서울 전시에는 브뤼겔의 〈7개의 죄악(罪惡)〉을 비롯해서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등 르네상스 거장들의 작품을 디지털 페인팅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이 나온다.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을 바탕으로 한 먀오 샤오춘의 〈신(新) 아테네 학당〉에는 그리스 아테네 학당에 무성하게 자란 풀이 보인다. 절대적으로 믿었던 신념이나 종교·학문도 시간이 지나면 덧없이 스러질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작가는 "생명과 예술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었다"며 "인간의 생명은 유한해 다시 시작하고 싶어도 되돌릴 수 없는데 컴퓨터는 엔터 키만 누르면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모순된 세계를 표현했다"고 말했다.

서울 전시에 나온 작품들은 컴퓨터로 제작된 디지털 페인팅임에도 불구하고 동판화나 유화 같은 효과를 보여준다. 회화에서 전통과 기술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02)723-6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