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쓰배' 놓고 韓·中 팽팽한 맞대결

제23회 후지쓰배는 한국과 중국의 팽팽한 맞대결로 좁혀졌다. 12일 2회전(16강전)까지 치른 결과 한국과 중국은 나란히 4명씩 8강에 진출시켰고 주최국 일본은 전멸했다.

도쿄 일본기원서 속행된 2회전서 이세돌은 일본의 신예 안자이(安齊伸彰)를 247수 만에 흑 3집 반 차로 일축, 6개월 휴직에서 복귀한 뒤 18연승 무패의 기염을 토하고 있다. 국내 랭킹 1위 이세돌은 이달 말 제2회 비씨카드배 패권을 놓고 중국 창하오(常昊)와의 결승전이 예정돼 있다.

두 차례 후지쓰배를 제패했던 박영훈은 일본 다카오(高尾神路)를 맞아 섬세한 끝내기 솜씨를 과시한 끝에 백으로 4집 반을 남겼다. 둘 간의 통산 전적도 박영훈의 4승 무패로 벌어졌다. 김지석도 일본 1인자 장쉬의 거대한 대마를 때려잡고 158수 만에 백 불계승하며 8강에 안착했다.

전기(前期) 우승자인 강동윤은 가공할 화력으로 일본 본인방 타이틀 보유자 하네(羽根直樹)를 격파, 2연패(連覇)를 향해 순항했다. 강동윤은 하변서 실리를 내준 대가로 중앙 빵때림을 얻은 뒤 거대한 세력권에 뛰어든 흑 대마를 일망타진하는 파괴력을 보여주며 182수 만에 백 불계승했다.

그러나 기대를 모았던 최연소 출전자 박정환(17)은 중국 맹장 구리(古力)와의 대결서 흑 불계패,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쌍방 치열한 육박전의 와중에 박정환의 의문수와 구리의 묘수가 교차하면서 순식간에 승부가 결정됐다.

최근 3년 간 연속 준우승을 차지했던 이창호도 중반 난기류에 휘말리며 중국 추쥔(邱峻)에 흑 불계패, 대진표에서 사라졌다. 최철한과 목진석은 10일 1회전 관문 통과에 실패하며 탈락했다. 1988년 최초의 세계대회로 출범한 후지쓰배는 한국이 총 14회(10연속 우승 포함)에 걸쳐 우승하는 등 한국바둑의 '해외 기지'로 유명하다.

8강전은 대진추첨 결과 이세돌 대 구리, 김지석 대 쿵제(孔杰), 강동윤 대 추쥔, 박영훈 대 퍄오원야오(朴文堯)로 짜였다. 우승상금 1500만 엔(약 1억 8000만 원)이 걸린 이 대회 8강전은 14일 같은 장소에서 벌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