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분쟁 激化

〈제11보〉(170~190)=LG배 결승전에 앞서 이창호는 국수전 준결승, 바둑왕전 결승 등 중요대국이 잇달았다. LG배 결승까지 끝내고 났을 때 이창호의 몸무게는 무려 5kg이나 빠졌다고 한다. 프로기사를 가리켜 주먹 한 번 뻗지 않고 편하게 거액을 버는 직업이라며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하루 종일 꼬빡 대치하고 앉아 마지막 땀 한 방울까지 쥐어짜는 바둑만큼 격렬한 승부가 또 있을까 싶다.

좌상귀 패(覇)가 이 바둑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해 간다. 170도 생략할 수 없는 수. 170 자리에 흑이 뛰어들면 참고1도의 수순으로 패가 된다. 물론 이곳이 패에 걸려선 좌상귀 패를 해소해도 백이 바둑을 이길 수 없다. 팻감이 여의치 않아진 백, 일단 172로 단수쳐 우선 상변 백의 목숨부터 확실히 해 둔다.

하지만 173 단수에 흑의 손이 돌아오자 좌상귀는 진짜 화약고(火藥庫)로 떠올랐다. 182로 참고2도 1로 때려버리면? 흑은 2를 선수한 후 4로 단수쳐 또 버텨올 텐데, 이것은 좌상귀 패싸움 결과 여하에 따라 상변 백 대마 전체가 패에 걸리는 그림이다. 바둑이 시작된 지 8시간이 지났건만 국면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174 180 186…△, 177 183…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