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베스트셀러

베스트셀러 작가인 희수(엄정화)는 새로 내놓은 소설이 표절 판정을 받으면서 문단에서 사라진다. 2년 후, 희수는 출판사 편집장의 권유로 외딴 마을 별장에서 새로운 소설 창작을 시작한다. 그런데 함께 간 딸 연희가 허공에 대고 '언니'라고 부르며 이야기를 한다. 의아하게 생각하던 희수는 딸이 전해주는 '언니'의 이야기를 책으로 써서 발표한다. 그러나 이 책마저 표절 판정을 받자, 희수는 자신이 머물렀던 별장을 되찾아가 진실을 추적한다.

'베스트셀러(15일 개봉)'는 할리우드 스릴러와 공포물 특유의 작법을 엮었다는 점에서 한국영화로서는 새로운 시도라 할 것이다. 표절 의혹을 받은 작가가 알 수 없는 존재의 목소리를 듣고 다시 책을 썼는데 또다시 표절 판정을 받았다는 시나리오 기본 구조도 특이하고 흥미롭다.

그러나 이 영화는 작품을 일관하는 주제를 잃어버림으로써 표류하고 말았다. 표절과 환각과 음모 세 가지 주제가 순서대로 등장하면서 영화를 뒤흔드는 바람에, 마치 서로 다른 영화 세 편을 세련되지 않게 이어놓은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관객은 계속되는 반전(그 반전도 그다지 놀랍지 않다)에 등 떠밀리며 첫 번째 표절은 어떻게 된 것이고 두 번째 표절은 또 뭔지 도통 헷갈리게 된다. 급기야 영화는 스릴러로 되돌아오며 끝나는데, 그렇다면 굳이 주인공의 딸이 필요했을까 싶다.

엄정화가 단독 주연으로 고군분투했으나, 조연들의 과잉 연기 때문에 빛이 바래졌다(이 영화엔 거슬리는 호들갑 연기가 너무 많다). 사연 많은 마을에서 하필 사연 많은 장소에 소설가를 모셔놓고 희희낙락한다든가 하는 개연성 낮은 연출도 설득력을 떨어뜨린다.

[시네 업데이트] 입소문 만발한 스릴러 - 80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