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 MONEY] 환율 하락에 외국인 매수 식성 바뀌나

미국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 하락세가 국내 주식에 대한 외국인의 식성(食性)을 바꾼 것일까? 지난달 초 이후 편식에 가까울 정도로 IT(정보기술)·자동차주(株)를 쓸어담던 외국인이 12일 이들 업종 주식을 대거 내다 팔았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환율 하락세가 이어진다면, 외국인이 단기적으로 수출주에서 내수주로 갈아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12일 이후 지난 9일까지 21거래일 연속 순매수(매수액이 매도액보다 많은 것) 행진을 이어가던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정규시장 기준)에서 주식을 1000억원 넘게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각각 속한 전기전자 업종과 운수장비 업종을 많이 팔았다. 지난주까지 6주 동안 전기전자주를 약 2조6800억원어치 쓸어담고 운수장비주를 1조원어치 넘게 사들인 것과 전혀 다른 양상이다. 외국인이 이들 업종에 대한 집중 매도에 나서면서, 삼성전자 주가는 3% 이상 떨어졌고 현대자동차는 7% 가까이 급락했다.

외국인의 매매 형태가 이처럼 갑자기 바뀐 것은 이달 들어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19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매출의 대부분을 해외 수출로 벌어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 하락세가 지속된다면 실적이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반영된 것이다.

외국인은 이에 따라 환율 하락 속도가 빨라진 지난주부터 금융·철강·전기가스 등의 업종에 대한 매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들 모두 환율 평가절상 수혜주로 꼽히는 업종이다. 실제로 외국인은 지난달 금융주를 5300여억원 순매수하는 데 그쳤지만, 지난주에만 8000억원어치 넘게 순매수했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과거 환율이 가파르게 내려갈 때마다 수출주인 IT·자동차주에서 내수주인 통신·금융·에너지 업종으로 갈아탄 적이 많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