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 MONEY] 외국인, 場 마감뒤 '대량 매수' 진실은…

최근 증시에서는 '장 마감 후에만 나타나는 외국인 투자자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국인들이 장중(정규 거래시간)에는 주식을 쏟아내 놓아 대량 순매도(매도액이 매수액보다 많은 것)를 하지만, 장이 마감된 후에는 반대로 주식을 사들이면서 기록상 '순매수'로 남는 일이 잦다는 것이다. 수치로만 봐선 연일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을 사들이는 것 같지만 사실은 '착시현상'이 나타나고 있기에 투자에 조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12일, 오후 3시 정규장 마감 때까지만 해도 외국인은 1404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하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이날 오후 6시에 시간외 거래가 끝났을 때 외국인들은 오히려 373억원 순매수 상태였다. 3시간의 시간외 거래에서만 1700억원어치의 주식을 외국인들이 사들인 것이다. 외국인은 이 시간 동안 현대차와 삼성전자 두 종목만 각각 721억원과 494억원씩 추가로 사들였다.

수치로만 보자면 외국인들이 현대차와 삼성전자 전망을 좋게 보고 투자에 나선 것이라고 판단하기 쉽지만, 속사정은 그렇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외국인이 샀다'는 표현보다는 '국내 펀드가 주식을 덤핑세일했다'는 표현이 옳다는 것이다.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9일까지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상장지수펀드를 제외하고 2조5376억원의 돈이 빠져나갔다.

주식형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은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팔아 고객에게 이 돈을 돌려줘야만 했다.

하지만 장중에 주식을 팔면 물량이 쏟아지며 주가가 추가로 하락할 여지가 있다. 이런 부담을 피하기 위해 택한 것이 ‘시간 외 매매’라는 방법이었다. 시간 외 매매 때는 주가를 시세보다 약간 낮춰 불러야 하지만 그래도 장중에 주가가 폭락하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외국인 입장에서도 우량주를 시세보다 싸게 살 수 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최근 들어 일부 대형 펀드 회사에서 이런 매매를 자주 한다는 것이 증권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 외국계 금융사 펀드매니저는 “주식을 급하게 팔아야 하는 펀드들이 최근 이런 방법으로 물량을 처리하고 있다”면서 “이를 외국인 순매수 종목으로 착각해서 매매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