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 [모네에서 피카소까지 부산전] 조일상 부산시립미술관장이 추천하는 작품 10선

"전시 작품 하나 하나가 서로 다른 감동을 주지요. 그게 모네, 르누아르, 고흐, 마티스 등 대가들이 그 예술적 재능을 통해 우리에게 주는 큰 선물입니다."

'모네에서 피카소까지'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부산시립미술관 조일상(曺日相) 관장은 "세계적으로도 유명 작품 96점을 가까운 곳에서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익대 미대를 나온 조 관장은 국전 4회 특선 등을 거쳐 동아대 예술대학장을 지냈고, 현재 한국미술협회 부산지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 2일 전시회 개막 이후 "매일 아침 출근길이 설렌다"는 조 관장은 전시작 중 10점을 추천했다. "이보다 진실된 포옹과 입맞춤을 현실에서 볼 수 없다는 게 안타깝다"며 운을 뗀 조 관장은 브랑쿠시의 '키스'를 가장 먼저 추천했다. "석회암 돌덩이에 몇 개의 선을 간략하게 새겼지만 두 남녀의 따뜻하고 깊은 애정을 이보다 더 아름답게 묘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조 관장은 설명했다.

피사로의 '루앙의 라크로와 섬'이 두 번째 추천작. 조 관장은 "공기 속에 이렇게 아름다운 색이 숨어 있는 줄 몰랐다. 마치 피사로가 루앙의 라크로와 섬으로 우리를 초대해 색채의 향연을 느끼도록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다음 조 관장의 발걸음이 멈춰진 곳은 르누아르의 '르그랑 양의 초상' 앞이었다. "소녀의 모습이 수줍은 듯한 자세와 미소로 정말 귀여워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잘 표현돼 있다"고 조 관장은 말했다.

조 관장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모딜리아니의 '푸른 눈'(잔 에뷔테른의 초상) 앞에서였다. "모딜리아니 작품을 보고 있으면 슬프다. 그리고 우수에 잠긴다. 눈동자 없는 눈과 기다란 얼굴, 언제나 혼자 있는 사람의 표정을 그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그림은 100여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여전히 아름답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에뷔테른의 모습이 '얼굴이 길어서 슬픈 사슴'처럼 보였다. 조 관장은 "우수에 젖은 듯한 여성의 얼굴은 남자의 영원한 로망인지도 모르지요"라며 웃었다.

그다음은 뒤샹의 '아버지의 초상'. "뒤샹의 초기 작품인데 그가 아버지를 많이 사랑했다는 느낌을 준다. 인자한 얼굴과 편안한 자세 그리고 화려하지만 중후한 색으로 아버지를 묘사한 것이, 자신이 만들었던 기묘한 작품들과는 너무나 다르다"고 말했다. 뒤샹은 '샘'이란 제목의 소변기, 수염 난 모나리자 등 기상천외한 작품으로 유명한 작가다.

조 관장은 이어 마네의 '카르멘으로 분장한 에밀 앙브르의 초상', 모네의 '석양에 물든 센강', 고갱의 '신성한 산' 등을 추천했다. 경쾌한 터치로 자유롭게 화폭을 누빈 특유의 색감(마네), 붓질 하나가 나뭇잎을 이루고 물결과 노을을 이루는 화법(모네), 풍부한 색감과 붓질이 남기는 여운이 일품(고갱)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또 화가의 조각인 마티스의 '좌대 위의 누드'와 미국 미술을 대표하는 리히텐슈타인의 '금붕어가 있는 정물'이 각각 추천됐다.

전시회는 6월 2일까지 휴관 없이 매일(오전 10시~오후 7시) 열린다. 관람료는 일반·대학생 1만2000원, 중·고생 9000원, 초등·유치원생 7000원이다. 인터파크 인터넷 예매는 1000원 할인된다. 이달 말까지 부모를 따라오는 초등학생 이하 어린이는 무료다. 시민 성원에 따라 당초 16일까지에서 연장됐다. ☎(051)740-4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