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승자의 自白

〈제14보〉(212~229)=1국에 이어 이날 2국도 형세와 관련해 시종 난해한 흐름이 계속됐다. 대국장 안팎의 양국 기사들은 극과 극으로 갈렸다. "흑 우세 유지" "아직 미세하며 백도 희망이 있다" "흑으로서도 막상 어려운 진행" "여전한 균형 지속" 등, 저마다 엇갈리는 형세 판단이 난무했다. 이 같은 '백가쟁명'은 그러나 212가 놓이는 순간 막을 내렸다.

참고도를 보자. 백은 1에 두어 이곳서 마지막 승부패를 걸어야 했다. 이 패는 우상귀 흑 전체의 삶에 직결되므로 흑은 우하귀 같은 곳에 팻감을 쓸 겨를이 없다. 반대로 백에겐 거의 부담이 없는 패인 데다 3에 붙여가는 결정적 팻감이 있다. 국후 검토 때 쿵제도 "그랬더라면 매우 난처했을 것"이라고 자백(?)했다. 이창호의 반응은 "그래도 안 모자라나?"였다. 정확한 형세판단이 안 되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229가 마지막 큰 곳. 이후 장장 308수까지 수순이 이어졌으나 승패는 꿈쩍하지 않았다. 이창호로선 고통과 회한(悔恨), 한국측 검토진과 팬들에겐 안타까움 가득한 시간이었다. 계가 결과 흑의 반면(盤面) 8집 승, 덤을 제하고 1집 반 차이였다. 나머지 수순들은 총보로 넘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