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산가들, 시간에 투자하고 사모펀드 좋아해"
입력 : 2010.04.19 03:17
PB들이 전하는 부자들의 재테크
수익 확신 갖고 있다면 느긋하게 기다린다
節稅·새 금융상품에 민감… 외신까지 뒤져가며 공부도
우리나라에서 금융 자산만 10억원 이상 보유한 고액 자산가는 현재 13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액 자산가의 투자 원칙은 일반인과 얼마나 다를까? 이선욱 삼성증권 FN아너스 이촌지점 팀장, 한경준 한국투자증권 여의도PB센터 팀장, 조영미 우리투자증권 테헤란로WMC 부장 등 PB(프라이비트 뱅커) 1세대 세 명이 한자리에 모여 고액 자산가의 투자 원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이 현재 관리하고 있는 고객의 자산을 합치면 8000억원에 육박한다. 이들은 고액 자산가의 관심사 가운데 하나가 절세(節稅)이며, 고액 자산가가 갖고 있는 '시간'에 대한 생각이 개미 투자자와 다르다고 전했다.
◆증시 침체기의 투자법
이선욱 팀장은 "개미는 당장 돈이 되는 것에 투자하지만 부자는 시간에 투자한다"면서 "이는 수익이 발생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면 수익이 발생할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린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경준 팀장은 이런 예로 지난해 PB 고객 사이에 유행한 펀드 증여를 꼽았다. 지난 2008년 하반기에 불거진 금융위기로 지난해 초 펀드 수익률이 반토막나자, 일부 PB 고객은 '반토막 펀드'를 자식에게 증여했다. 한 팀장은 "합법적으로 증여세를 줄일 수 있다는 생각에 반토막난 펀드를 자식에게 증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시 침체기의 투자법
이선욱 팀장은 "개미는 당장 돈이 되는 것에 투자하지만 부자는 시간에 투자한다"면서 "이는 수익이 발생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면 수익이 발생할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린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경준 팀장은 이런 예로 지난해 PB 고객 사이에 유행한 펀드 증여를 꼽았다. 지난 2008년 하반기에 불거진 금융위기로 지난해 초 펀드 수익률이 반토막나자, 일부 PB 고객은 '반토막 펀드'를 자식에게 증여했다. 한 팀장은 "합법적으로 증여세를 줄일 수 있다는 생각에 반토막난 펀드를 자식에게 증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1억원을 투자한 펀드가 수익률 하락으로 원금이 5000만원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자식에게 펀드를 넘기면 증여세를 200만원만 내면 된다. 1억원의 현금을 자식에게 증여할 때보다 증여세를 반 이상 줄일 수 있는 셈이다. 부자는 증시가 언젠가 회복돼 원금 이상으로 오를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증시 침체기를 오히려 자식에 대한 증여의 기회로 삼았다는 설명이다.
부자 고객이 최근 몇 년 동안 증시가 상대적인 침체를 보인 일본의 금융상품 투자를 늘리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이 팀장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덜 오른 일본 증시가 언젠가 한 번은 크게 시세를 분출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부자 고객이 적지 않다"면서 "돈을 집어넣고 느긋하게 기다리면 큰 수익을 거둘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직한 강북 고객, 발 빠른 강남 고객"
고액 자산가는 대체로 전문직이나 자영업 출신으로 자수성가한 60대 이상이 많다. 이들 PB는 "부자 고객의 투자 성향이 대체로 보수적이기 때문에, 자신이 잘 아는 금융상품에만 집중 투자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같은 부자 고객이라도 투자 성향 면에서 강남과 강북 고객 사이에 조금씩 차이가 생기고 있다. 조영미 부장은 "강남 고객은 부자끼리의 네트워크를 통해 투자 정보를 상대적으로 빨리 얻는다"면서 "어떤 상품이 유망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외신까지 뒤져가며 공부한 뒤 발빠르게 투자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초 적잖은 강남 고객은 하이닉스·KCC 등 국내 기업의 해외 발행 채권에 투자해 쏠쏠한 수익을 올렸다. 지난해 초 글로벌 금융위기로 유동성 확보에 나선 해외 금융회사가 국내 기업 회사채를 50% 할인된 가격에 해외 채권시장에 급매물로 내놓자, 강남 고객이 이를 집중적으로 사들여 30% 이상 수익률을 올렸다는 것이다.
◆"'제로 쿠폰'과 '사모 펀드'가 유행"
현재 부자 고객에게 인기를 끄는 상품 가운데 하나는 지난 2006년 판교 신도시 분양 때 발행된 표면 금리 '제로'의 주택채권이다. 조 부장은 "금리가 0이라 이자를 받을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시중에 물건이 나올 때마다 즉시 없어질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부자 고객은 대부분 이자·배당 소득이 연간 4000만원을 넘는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다. 이자 소득이 늘어날수록 과세율도 높아진다. 하지만 현재 시중에서 30% 정도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는 판교 채권은 분리과세 대상이라 이자 소득에 대한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요즘은 또 부자 고객 사이에 사모펀드 가입도 크게 늘고 있다고 했다. 고액 자산가끼리 최고 수백억원대의 자금을 모은 뒤 중소형 투자자문사에 운용을 맡기는 것이다. 이 팀장은 "고액 자산가가 가운데 최근 공모 펀드를 깨고 돌려받은 돈을 사모펀드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면서 "사모펀드는 주식 편입 비중에 대한 제한이 없기 때문에 수익률이 공모 펀드에 비해 높게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런데 원래 재산이 많은 부자들이 재산을 늘리는 데 집착할까? 한 팀장은 "'이 정도 재산이면 더 늘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고객은 거의 없다"면서 "100억 자산가는 1000억 자산가가, 1000억 자산가는 1조 자산가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부자 고객일수록 자산을 늘리기 위해 PB를 적극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부자 고객이 최근 몇 년 동안 증시가 상대적인 침체를 보인 일본의 금융상품 투자를 늘리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이 팀장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덜 오른 일본 증시가 언젠가 한 번은 크게 시세를 분출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부자 고객이 적지 않다"면서 "돈을 집어넣고 느긋하게 기다리면 큰 수익을 거둘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직한 강북 고객, 발 빠른 강남 고객"
고액 자산가는 대체로 전문직이나 자영업 출신으로 자수성가한 60대 이상이 많다. 이들 PB는 "부자 고객의 투자 성향이 대체로 보수적이기 때문에, 자신이 잘 아는 금융상품에만 집중 투자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같은 부자 고객이라도 투자 성향 면에서 강남과 강북 고객 사이에 조금씩 차이가 생기고 있다. 조영미 부장은 "강남 고객은 부자끼리의 네트워크를 통해 투자 정보를 상대적으로 빨리 얻는다"면서 "어떤 상품이 유망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외신까지 뒤져가며 공부한 뒤 발빠르게 투자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초 적잖은 강남 고객은 하이닉스·KCC 등 국내 기업의 해외 발행 채권에 투자해 쏠쏠한 수익을 올렸다. 지난해 초 글로벌 금융위기로 유동성 확보에 나선 해외 금융회사가 국내 기업 회사채를 50% 할인된 가격에 해외 채권시장에 급매물로 내놓자, 강남 고객이 이를 집중적으로 사들여 30% 이상 수익률을 올렸다는 것이다.
◆"'제로 쿠폰'과 '사모 펀드'가 유행"
현재 부자 고객에게 인기를 끄는 상품 가운데 하나는 지난 2006년 판교 신도시 분양 때 발행된 표면 금리 '제로'의 주택채권이다. 조 부장은 "금리가 0이라 이자를 받을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시중에 물건이 나올 때마다 즉시 없어질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부자 고객은 대부분 이자·배당 소득이 연간 4000만원을 넘는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다. 이자 소득이 늘어날수록 과세율도 높아진다. 하지만 현재 시중에서 30% 정도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는 판교 채권은 분리과세 대상이라 이자 소득에 대한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요즘은 또 부자 고객 사이에 사모펀드 가입도 크게 늘고 있다고 했다. 고액 자산가끼리 최고 수백억원대의 자금을 모은 뒤 중소형 투자자문사에 운용을 맡기는 것이다. 이 팀장은 "고액 자산가가 가운데 최근 공모 펀드를 깨고 돌려받은 돈을 사모펀드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면서 "사모펀드는 주식 편입 비중에 대한 제한이 없기 때문에 수익률이 공모 펀드에 비해 높게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런데 원래 재산이 많은 부자들이 재산을 늘리는 데 집착할까? 한 팀장은 "'이 정도 재산이면 더 늘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고객은 거의 없다"면서 "100억 자산가는 1000억 자산가가, 1000억 자산가는 1조 자산가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부자 고객일수록 자산을 늘리기 위해 PB를 적극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