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 페이퍼진] 최규호의 영화&법

예금 직전 강탈당한 할머니의 돈…은행, 지급 책임 있다

　'육혈포 강도단'은 어려운 처지에 놓인 세 명의 과부 할머니들이 하와이 여행을 위해 모은 837만원을 예금하려는 순간 강도가 들어 이를 탈취당하고, 그 돈을 다시 마련하겠다고 은행을 터는 오락영화다. 임창정이 나오는 순간 이 영화의 성격을 100% 이해하게 되었다. 그냥 웃겨주겠다는 뜻으로. 그런데 임창정은 그동안 수없이 출연한 영화에서 늘 똑같은 이미지의 역할만 맡아서 식상했다.

법조인의 관점에서 이 영화를 볼 때 몇 가지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영화에서는, 김수미의 남편이 죽어 화장한 후 소양호에 남편 유골의 골분을 뿌린다. 이는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흔히 나오는 장면이다. 바다에 뿌리고 강에 뿌리고 산에 뿌리고.... 그런데 이는 현행법에 위배될 소지가 많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등에 의하면 '화장을 하려는 자는 공중위생에 해를 끼치지 아니하도록 완전히 태워야 하며, 화장한 유골을 매장하는 경우 매장 깊이는 지면으로부터 30센티미터 이상이어야 하고, 유골을 나무 아래 등에 묻는 자연장을 하는 경우에도 지면으로부터 30센티미터 이상의 깊이에 화장한 유골의 골분을 흙과 섞어서 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를 어길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고 있다. 위 법령의 규정 취지에 의할 때 유골의 골분을 소양호에 그대로 버리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영화에서는, 세 주인공이 모은 837만원을 은행 창구에 전달하고, 은행 창구직원이 돈을 센 다음 예금 액수나 계좌번호 등 기재 사항이 모두 기재된 예금전표에 날인하려는 순간 강도들이 들어 위 돈을 빼앗아 달아난다. 영화에 등장하는 변호사는 이럴 경우 고객 보호가 어렵다고 말한다. 예금전표에 창구직원이 날인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법원의 실제 판례에 의하면 이러한 경우 예금자가 보호받을 확률이 크다. 대법원 1996. 1. 26. 선고 95다26919판결은 '예금계약은 예금자가 예금의 의사를 표시하면서 금융기관에 돈을 제공하고 금융기관이 그 의사에 따라 그 돈을 받아 확인을 하면 그로써 성립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위 판례의 태도를 볼 때, 여주인공들이 예금전표를 작성하여 돈과 함께 창구직원에게 주고, 창구직원이 금액을 확인하는 순간 예금계약은 성립하는 것이며, 그 이후 강취 당하였다 하더라도 은행은 예금을 주인공들에게 지급할 책임이 생기는 것이다. 예금전표에 날인을 안 하였다 하더라도 창구직원이 금액을 확인한 것이 입증되면 되는 것이다.

또 세 주인공은 자신들의 돈을 빼앗아간 강도단 일원 임창정을 찾아내어 폭행하여 제압한 다음 임창정의 집을 뒤지고 총과 기타 물건들을 찾아낸다. 만약 그 때 세 주인공의 돈뭉치가 임창정 집에서 발견되어 그 돈을 가져갔다면 세 여주인공들에게도 강도죄가 성립할까? 우리나라 형법에서 강도죄는 '타인의 재물'을 강취하였을 경우 성립한다. 위 돈이 만약 세 주인공의 돈다발이 확실하다면 세 주인공에게는 강도죄가 성립하지 아니하고, 점유강취죄가 성립할 것이다. 점유강취죄는 강도를 범하였지만 타인의 재물이 아니라 자신의 재물을 가져가는 것을 말한다. 자기 물건을 폭행과 협박의 방법으로 가져가버릴 때 성립하고 강도죄보다 형이 훨씬 낮다.

영화에서, 세 주인공은 슈퍼마켓에서 좀도둑질을 해서 돈을 모으는데, 어느 날 점원이 나문희의 백을 보자고 한다. 좀도둑질을 했다고 의심하고 보여 달라고 하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점원의 거의 강제로 백을 열어 내용물을 확인한다. 그러나 이를 점원이 강제로 볼 권한은 없다. 타인의 소지품이나 신체를 수색할 때에는 법원의 영장 등이 원칙적으로 요구되고, 현행범이라는 확증도 없는 상태에서 점원이 나문희의 동의 없이 그 백을 보는 것은 불법이다.

< 법무법인 세광 변호사, 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