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 시네마 리뷰] 영화 '허트 로커'

위험에 몸 던지는 주인공과 보이지 않는 적

… 저예산 서스펜스 명작

　 '허트 로커'는 지난해 개봉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버스터즈'에 이은 근래 보기 드문 서스펜스 명작이다.

서스펜스의 첫번째 동인은 주인공 제임스(제레미 레네)가 가진 특질이다. 그는 위험을 알면서도 스스로 몸을 던져 관객을 불안하게 만든다. 두 번째 동인은 알고 있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적이다. 이 적은 언제 어디서 폭발물을 터뜨릴지 모르는 불특정한 인물이다.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거나, 카메라로 현장을 찍는 구경꾼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이 적들은 어쩌면 폭탄 그 자체보다 무서운 존재들이다. 세 번째 동인은 사운드 테크닉이다. '허트 로커'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사운드 믹싱과 사운드 편집 두 부문에서도 상을 받았다. 인물의 거친 숨소리와 불길한 음악 그리고 느닷없이 끼어드는 사운드(자동차 폭발물 해체장면에서의 와이퍼 소리)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관객의 심장을 쥐어짠다.

이 영화는 이라크 바그다드라고 하는 공간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영화 '본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거친 핸드헬드와 줌, 망원렌즈 등을 사용한 촬영 기법은 누군가 등 뒤에 숨어서 주인공 무리들을 감시하는 듯한 느낌을 강조한다. 곧 바그다드라는 공간이 이방인들에게 보내는 관음적 시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주인공 무리들에게 시점이 옮겨간다. 3인칭 객관 시점에서 1인칭 주관 시점으로, 공간의 시점에서 인물의 시점으로, 외부의 시점에서 내부의 시점으로 전환이 이루어지면서 후반부 클라이맥스의 강렬함과 영화 전체의 주제를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허트 로커'는 1000만 달러를 조금 넘는 예산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역대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 중에서 제일 적은 예산으로 만들어졌다.

이라크 전쟁과 폭발물 처리반이라는 소재를 생각하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캐스린 비글로 감독의 경제적인 연출, 그 중에서도지능적인 서사 전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허트 로커'는 시나리오부터 다르다. 장면 수가 매우 적다. 폭발물을 처리하는 과정을 시퀀스 중심으로 접근해 이야기를 전진시킨다. 폐허가 된 공터 3~4곳과 황량한 벌판을 배경으로 영화의 80％가 촬영됐다. 전쟁영화에서 필수라고 여겨지는 대규모 전투 장면이나 시가전이 없다. 또 폭발물 전담반 3명에 플롯을 한정시키고 있다. 3명 외의 다른 인물에게는 전혀 포커스를 맞추지 않는다. 제작과정의 이런 비용을 절약해 스태프 규모까지 다이어트할 수 있게 했다.

< 권명국ㆍ청룡시네마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