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친정엄마

아빠가 병을 얻어 숨지자 혼자 살 엄마를 걱정한 딸은 엄마에게 "서울 와서 함께 살자"고 한다. 그때 엄마는 "너랑 같이 살면 네가 힘들 때 갈 데가 없잖아. 엄마는 여기 있을 테니까 힘들면 언제든지 찾아와"라고 말한다. 배운 것 가진 것 없는 데다 평생 집 말고는 갈 곳도 없었던 엄마는 딸에게 친정이란 안식처를 주고 싶어한다. 그리고 딸은 결국 친정에서 안식을 찾는다. 모정(母情)이란 얼마나 현실적이며 합리적인가.

김해숙의 억척스럽고도 간곡한 연기가 빛을 발한다. 통속적 신파가 되기 쉬운 이야기를 적절히 생략하며 리듬을 준 신예 유성엽 감독 연출 덕분에 관객은 눈물의 카타르시스를 맛본다.

[시네 업데이트] 가장 사랑하고 가장 미운 엄마 - 81회

이 영화의 제목이 '엄마'가 아님에 주목할 것. 결혼한 여자들에게 '친정엄마'는 엄마·어머니·친어머니 같은 호칭과 등가(等價) 관계가 아니다. 친정엄마는 멀든 가깝든 물리적으로 떨어져 사는 사이이고, 수시로 부대끼지 않기에 그 뒷모습을 드러내는 존재다. 영화 '친정엄마(22일 개봉)'는 단순한 이야기를 다루지만, 이런 친정엄마의 의미를 잘 간파했다. 이 영화가 속절없이 관객의 눈물을 빼는 것은, 그런 사실적 묘사가 가슴을 미어지게 하기 때문이다.

시골에서 자란 지숙(박진희)은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면서 엄마(김해숙)와 떨어져 지낸다. 술주정하던 아빠에 대한 기억 때문에 결혼을 안 하리라던 그녀도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는다. 어느 날, 딸이 혼자 시골에 내려와 안 하던 말과 행동을 하자 엄마는 딸에게 무슨 일이 있음을 직감한다. 딸 몰래 사위에게 전화한 엄마는 딸이 몹쓸 병에 걸린 것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