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CEO] "뚝심으로 통합보험 100만건 쾌거"

"교차판매에 대응하려면 뭘 준비해야 합니까? 손해보험엔 있는데 생명보험은 없는 게 뭐죠?"(이수창 삼성생명 사장)

2007년 12월 서울 태평로 삼성생명 본사 6층 사장실. 사내 주요 본부장들과 임원 10여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교차판매란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소속 설계사가 서로 상대 보험사의 상품을 팔 수 있도록 허용한 제도를 말한다. 교차판매 시행을 9개월 앞둔 시점에, 이 사장이 긴급 소집한 회의였다. 이날 열린 마라톤 회의에서, 이 사장은 손보사들이 장악하고 있던 '통합보험' 개발을 지시했다. 통합보험이란, 보험 한 건만 가입하면 온 가족의 위험을 대비할 수 있는 일종의 '보험 종합선물세트'다.

그러나 일각에선 보험시장 흐름에 역행하면서까지 보장성 상품인 통합보험을 개발해야 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당시만 해도 실적 배당형 투자 상품인 변액보험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통합보험이 먹힐지 불확실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사장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통합보험이 회사의 역사를 바꿀 것"이라며 채근했다.

마침내 2008년 9월 1일, 생명보험업계 최초의 통합보험인 '퍼펙트통합보험'이 출시됐다. 이 사장은 상품 출시 후 전국의 사업장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신상품을 알렸다.

그러나 보름 후, 미국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가 파산 신청을 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다. 시장은 즉시 얼어붙었고, 있는 보험마저 깨겠다고 아우성이었다.

이 사장은 이런 악조건에서 "어려울 때일수록 가족이 중요하고, 가족의 소중함을 알아야 한다"며 통합보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또 의료실손·사망·질병 등 모든 보장을 하나로 합친 통합보험은 보험 상품을 따로따로 가입할 때에 비해 보험료가 20%나 싸다는 점을 내세웠다.

이 사장은 "처음부터 고객과 회사가 모두 이익을 볼 수 있는 상품을 만든다는 기본에 충실했고, 결과적으로 불황에 먹혔다"고 말한다.

퍼펙트통합보험은 출시 1년 7개월 만인 지난 19일, 가입자 수가 100만명을 돌파했다. 월평균 5만명꼴이다. 사망·질병 등에 대비하는 통합보험이 2년도 채 안 되는 기간에 100만명을 유치했다는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든 기록이라는 것이다.

다음 달 삼성생명 상장을 앞두고 해외 기업설명회(IR) 참석차 유럽에 머물고 있는 이 사장은 19일 임직원들에게 친필 서한을 보냈다. 그는 "지난주 퍼펙트통합보험이 100만건을 돌파했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나 감격스러웠다"며 "앞으로는 삼성생명의 르네상스를 고민하겠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