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무서운 아마추어

〈제3보〉(43~53)=프로대회 참가가 제한적이나마 허용되기 시작하면서 드러난 아마추어들의 실력은 경이적이다. 이 판의 나현만 해도 올 초 비씨카드배 예선서 프로랭킹 14위 이영구, 4회 LG배 우승자 위빈(兪斌)을 잡았다. 김현찬은 2년 전 13회 LG배 통합예선 때 한 중 프로 3명을 눕히고 결승까지 진격한 적도 있다. 심지어 이창호 최철한 같은 스타들조차 아마에게 한 칼씩 맞고 대진표에서 사라지는 세상이다.

흑의 선택은 43, 45. 대단한 실리 취향이다. 하지만 43으론 참고1도 1의 건너붙임도 강력했다. 7까지 교환이 이뤄진다면 흑이 마다할 이유가 없기 때문. 46의 두터운 정비 때 47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대수였다. 49 역시 일관된 실리 전법이지만 참고2도 1, 2의 교환을 빠뜨린 것이 아팠다.

그 교환을 했더라면 실전보 52까지 맞끊는 변화가 쉽지 않아진다. 무엇보다 백 전체의 안형(眼形)을 무너뜨리는 효과가 크다. 또 훗날 흑1에 두면 백이 2로 받는 대신 거꾸로 A에 들여다보는 변신도 가능해진다. 52의 상용수법에 흑은 응수를 놓고 고민하다가 53에 단수쳤고, 여기서부터 바둑은 예기치 못한 변화에 발을 들여놓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