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내미는 '특화 카드'

"왜 우리 같은 직장인들을 위해서 대중교통비를 할인해 주는 카드는 없는 거야?"

퇴근길 달리는 지하철 안. 앞자리에 앉아 있던 여성들의 대화를 엿듣던 주인공의 눈빛이 반짝인다. 동시에 카드 상품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직장인들을 위한 친환경 교통 할인카드가 탄생한다. 최근 방송되는 카드사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의 한 장면이다. 이 드라마는 간간이 카드사들이 새로운 카드를 기획, 개발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흥미를 끌고 있다. 그렇다면 현실에서도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카드들이 실제로 있을까?

◆최상위층 공략, VVIP카드

출시를 목전에 두고 있던 신상품 카드의 전략이 경쟁사로 넘어갔다. 경쟁사에서 골프장·특급호텔 할인 등으로 무장한 VVIP(초우량고객) 전용카드를 먼저 내놓은 것.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VVIP 카드의 효시는 현대카드의 the black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003년 11월 출시된 이 카드는 골프장 예약 대행 서비스, 항공권 좌석 업그레이드, 명품매장 할인쿠폰 발행 등 종전의 카드들과 비교될 수 없는 파격적인 혜택들을 전면에 내걸었다. 더욱 화제가 된 것은 연회비 200만원(출시 당시 100만원), 엄격한 가입 심사를 통한 발행 제한처럼 카드 가입을 위한 유·무형의 진입 장벽들이었다. 가입 신청을 하더라도 8명으로 구성된 심사관들의 만장일치 동의를 얻어야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발급된 카드 수는 1800장 정도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the Black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영예로울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최근엔 카드사마다 연회비가 100만~200만원에 달하는 VVIP카드를 하나 이상씩 출시해 놓고 있다. 100만원에 달하는 스마트폰을 제공하는 등의 물질적인 혜택은 물론, 명품숍 전문 쇼핑 도우미 서비스, 전 세계 공항라운지 무료 이용 등 다양한 서비스가 붙는다.

◆토익 응시료 깎아주는 취업 준비생용 체크카드

"당장은 돈이 없는 취업 준비생들이지만 언젠가 취업을 하게 되면 우량고객으로 탈바꿈할 것입니다."

VVIP카드의 대항마로 드라마 속 주인공은 취업 준비생들을 위한 체크카드를 기획한다. 토익·토플 등 시험응시료 할인, 학원이나 서점 할인 등이 주요 혜택이다.

실제로도 비슷한 카드가 있다. KB카드의 '잇스터디체크카드'는 전국 학원·독서실·서점에서 이용시 전월 사용금액에 따라 5~10%를 할인해 주는 체크카드다. 월평균 10만원 이상 결제하면 온라인 강의나 유학이나 해외연수 수속을 밟을 때 신청료를 최고 20% 할인해 주기도 한다. 비씨카드의 '비씨 중국通(통)카드'는 중국에서도 우리나라에서처럼 카드로 결제하고 현금인출기를 이용할 수 있다. 일부 서점에서 3만원 이상 결제하면 2000원을 할인해주고(연 6회), 토익 응시료도 연 6회까지 2000원을 깎아준다. 하나SK카드의 '하나SK비바체크카드'는 이익훈어학원에서 수강시 5%를 할인해준다.

◆점심값·교통비도 할인해 줘요

외환카드의 '넘버엔 이패스카드'는 OK캐쉬백 포인트를 쌓아준 뒤 최대 월 2만5000원까지 현금으로 돌려주는 것이 특징이다. 포인트를 쌓는 방법으로는 평일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 이용시 1회당 100포인트, 점심시간 음식점에서 결제금액의 5%, 인터넷쇼핑몰에서 5% 등 다양하다.

신한카드의 '아침愛(애)카드'는 아침을 굶고 다니기 쉬운 직장인들을 위해 오전 4~10시 사이에 할인 혜택이 집중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시간대에 투썸플레이스, 스타벅스, 뚜레주르 등에서 20%를 할인받을 수 있고, 5월부터는 패밀리마트에서 삼각김밥·샌드위치 등으로 구성된 아침 세트를 20% 할인해준다.

삼성카드의 '애니패스포인트카드'는 일반 가맹점에서 0.2%를 포인트로 적립해 주는데, 남성들이 자주 가는 술집이나 노래방 등에선 0.4%를 적립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