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별이 내려다본 땅

'묻어 두면 오른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부동산에 투자하면 무조건 돈을 번다는 생각이 강하다. 흔히 말하는 '부동산 불패 신화'다. 화려한 생활로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스타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부동산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유정섭 IBK투자증권 스타플라자 센터장은 "연예인이란 직업은 마치 불꽃놀이처럼 인기가 있을 때만 수입이 많고 인기가 떨어지면 수입이 줄어 생계에 위협을 받게 된다"며 "나이와 상관없이 언제 정년이 찾아올지 모르기 때문에 일반인 못잖게 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린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스타들의 부동산 재테크 성적표는 자신들의 몸값만큼 최고 수준일까? 머니섹션 M은 부동산업계 무릎팍 도사로 인정받는 전문가 5인방에게 스타들의 부동산 투자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부탁했다. 단, 일부 스타들의 경우엔 투자한 부동산에 대한 정보가 정확하지 않아 전문가들이 내린 평가에 오차가 있을 수도 있음을 미리 밝혀둔다.

과감한 청개구리 베팅으로 고수익

전문가 뺨치는 재테크 고수라는 평가를 받은 스타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박찬호 선수였다. 박찬호는 지난 2005년 서울 강남구 신사동 도산대로변에 지상 13층, 지하 4층짜리 빌딩을 세웠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가 100점 만점을 줬다. 그는 "부지 매입과 건축비로 70억원대를 투자했는데 현재 시세는 투자금 대비 두 배 이상 상승했다"며 "도산대로 일대에 있는 요지를 매입해서 건물을 세우는 전문가적인 감각을 발휘했고, 건물 디자인도 스타성에 걸맞게 멋지다"고 치켜세웠다. 정봉주 하나은행 부동산팀장도 "2005년 대비 가격이 많이 올라 상당한 차익을 올렸을 것"이라며 "다만 최근 강남 지역의 오피스 공실률이 증가하고 있으니 향후 임대 관리에는 신경 쓰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농구선수 서장훈이 지난 2000년 법정경매를 통해 약 30억원에 사들인 서울 양재역 부근 건물 투자도 점수를 두둑하게 받았다. 박원갑 스피드뱅크연구소장은 "강남 중심권이란 좋은 입지에 있는 부동산을 경매를 통해 취득해 매입단가를 낮췄다는 점에서 괜찮은 투자"라고 진단했다. 장인석 착한부동산투자연구소 대표 역시 "허름한 건물이지만 미래 가치를 내다보고 경매로 헐값에 매입해 투자 대비 수익률을 극대화했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거세던 지난 2008년 10월, 과감히 반포에 아파트를 매입한 배우 김아중은 3위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위기를 기회로 만든 김아중의 역발상 투자에 후한 점수를 줬다. 고준석 신한은행 갤러리아팰리스지점장은 "모두가 공포에 사로잡혀 있을 때, 강남권에서 미래 가치가 높다고 손꼽히는 한강변 재건축 단지를 저가에 매수했다"며 "재건축이 이뤄지기 전까진 매도하지 않는 바이앤홀드 전략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4위에 이름을 올린 방송인 노홍철 역시 경매를 활용해 압구정 아파트를 시세 대비 싼 가격에 매입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 건강한 임대수익이 건물값 좌우

스타들의 재테크는 승패(勝敗) 여부와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 중인 이승엽 선수는 올 초 서울 성수동에 있는 300억원대 빌딩주(主)가 되었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그러나 그의 부동산 투자는 뜨거운 관심을 끈 것에 비해 후한 평가를 받진 못했다. 장인석 대표는 "성수신도시 개발이 완료되려면 10년 이상 걸리므로, 그때까진 월세 수입이 그리 좋진 않을 것"이라며 "매입 가격이 월세 수입에 비해 너무 높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상언 대표 도 "한강 르네상스 개발이 가시화될수록 건물 가치는 돋보이겠지만, 개발지 중심에 있어서 시간이 갈수록 임차인이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조만간 결혼을 올릴 예정인 배우 장동건과 고소영의 흑석동 빌라 투자는 신혼부부가 실거주 목적에서 구입했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준석 지점장은 "실수요자 입장에선 만족도가 높다면 양호하다"며 "다만 자본 차익을 올리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박원갑 소장도 "빌라는 가격 상승세가 크지 않고 거래도 활발하지 않아 실거주 용도로 구입하는 게 기본"이라며 "자산 증식에 욕심이 별로 없다면 무난한 결정"이라고 했다.

지난해 분당과 용인 소재 건물을 잇달아 경매로 취득해 부동산 부자 대열에 합세한 배우 이병헌은 경매를 통해 부동산에 접근한 것은 훌륭하지만, 미래 상권이 보장되지 않는 입지라는 점에서 감점을 받았다. 고준석 지점장은 "향후 판교신도시 상권이 성숙하게 되면 분당이나 용인 등지의 상권은 반대로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박상언 대표도 "이병헌 건물은 도심과 떨어져 있어서 매매와 임대가 불확실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 때론 과감한 손절매도 답이다

성적표 하위권에 속한 스타들은 피겨퀸 김연아 선수와 축구선수 박지성, 탤런트 고현정 등이었다. 김연아 선수에게 가장 짠 점수를 준 고준석 지점장은 "상권 성숙도를 고려하지 않고 투자한 것 같다"며 "손실에 연연하지 말고 서둘러 처분하라"는 응급 처방전을 내놨다. 박상언 대표도 "투자용으로 분양받았다면 세입자 모으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박원갑 소장도 "장기적으로 보면 송도는 유망한 지역이지만, 상권이 활성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봉주 팀장은 "송도 상가는 아직 미완성이라 판단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며 "김연아 상가가 주중, 주말, 밤낮으로 활성화되는 상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지성 선수의 부동산 투자 역시 별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정봉주 팀장은 아쉬움이 많은 투자라고 전제한 뒤 "건축 관련 자금을 융자받았다면 금융비용 등이 만만치 않게 들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인석 대표는 "택지개발지구의 상가가 제대로 가동하려면 개발이 완료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리스크가 높다"며 "박지성 상가로서 차별화된 마케팅을 펼치는 등 정밀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경우엔 지난 2007년 구입한 삼성동 아파트를 1년 만에 3억원이나 손해 보고 처분한 것이 아쉬운 점으로 꼽혔다. 박원갑 소장은 "매도 시기를 2009년으로 미뤘다면 손해는 보지 않았을 것"이라며 "부동산은 적어도 3년 이상 보유해야 하는 중장기 상품인데 단타를 치는 전략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장인석 대표도 "비쌀 때 사서 쌀 때 판 것이 안타깝다"며 "국내 최고 재벌답게 다음번 투자에선 최고의 수익률을 올려달라"고 당부했다.

고현정의 필리핀 콘도 투자와 관련, 박원갑 소장은 "개인적인 이용 목적에서 가치는 있을지 모르지만, 동남아라는 국가 리스크가 있는 만큼 객관적으로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정봉주 팀장은 "투자 목적에서 구입한 것이 아니라, 조용히 쉬기 위해 비용을 투입했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평가 자체가 무의미하다"며 점수를 매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