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 ['모네에서 피카소까지' 특별전] "상큼한 비타민 한 움큼 먹은 기분이에요"

부산 동래구 온천동에 사는 주부 김선영(43)씨는 다음 달 중 가질 예정인 고교 동창 계 모임 약속 장소를 '모네에서 피카소까지' 특별전이 열리는 부산 해운대구 우동 부산시립미술관으로 정했다. 김씨는 "서로 만나 식사만 하고 수다 떨다가 헤어지는 상투적이고 식상한 계 모임이 아니라 뭔가 참신한 것을 찾고 있었다"며 "세계적 명작을 보고 얘기도 나누는 모임이 어떠냐는 제안에 회원 모두 OK였다"고 말했다.

김씨의 계원(契員)은 8명인데 대부분 가정 주부라서 그동안 자녀를 키우느라 문화적 여유를 가지지 못해 이번 특별전에서 색다른 계 모임을 하자는 데 모두 흔쾌히 뜻을 같이 했다. 이달 중순에는 부산의 한 중견기업 대표가 특별전을 관람한 뒤 "아주 좋은 작품들이 많아 혼자만 볼 수 없다"면서 자신의 부인과 업체 간부들의 부인 등 10여명을 단체로 관람시키면서 사교의 시간을 갖도록 하기도 했다.

개막 20일을 넘긴 '모네에서 피카소까지' 특별전이 일상, 스포츠, 일 등과 만나면서 새로운 '풍속도' '이야기'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리 얽히고 저리 설키면서 지루한 일상에 상쾌함을 주거나 세상사는 맛을 더 나게 하는 '비타민'이 되고 있다. 며칠 전 전시회를 찾았던 박미선(여·44·경남 마산시)씨는 "학생 시절 교과서에서 보았던 그림을 직접 눈으로 보니 찌든 삶 속에서 잊고 지냈던 그 시절의 꿈이나 동경을 다시 떠올리면서 하루 내내 행복했다"며 "역시 세계적 명작은 다른 뭔가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해운대 장산 산행을 다녀오는 길에 미술관을 들리거나, 사직야구장에 가기 전 전시회를 둘러보는 등 '자생형 패키지 시티투어'도 등장했다. 창원에 사는 오용재(46)씨는 "오는 5월 1일 오후 5시에 시작하는 토요일 롯데 자이언츠 홈경기를 보기 위해 부산에 가는데 좀더 일찍 내려가서 가족들과 전시회를 볼 생각"이라며 "아름답고 정적인 예술과 역동적이면서 신나는 스포츠를 동시에 즐길 수 있어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