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중견 여류화가 초대전] "봄 기운속 정림리 그림을 거닐다"

따스한 봄기운이 스며든 박수근 화백의 고향 양구군 정림리 박수근미술관 제2전시실에서 여류화가 15명의 초대전이 열리고 있다. 한국 화단의 선두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견작가들이다. 타이틀은 '정림리를 거닐다'. 작가들의 예술적 삶이 깃든 작품이다. 5월 16일까지다.

◆박수근 그림의 주인공인가

미술관측은 '정림리를 거닐다'에 대해 "어쩌면 1950~60년대 박수근 화백이 그린 '그림 그리는 소녀들'의 주인공이었을지도 모르는… 이제는 나이가 훌쩍 들어버린 중견여류작가들의 예술적 삶이 깃든 작품들을 감상해 보는 기회"라고 소개했다.

박수근은 이름 없고 가난한 서민의 삶을 소재로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리고자 일생을 바친 화가다. 그는 단순한 형태와 선묘를 이용해 대상의 본질을 부각시키고 서양화기법을 통해 민족적 정서를, 거친 화강암과 같은 재질감으로 표현해냈다. 박수근 생가터에 1383㎡ 규모로 건립된 양구군립 박수근미술관은 작가의 예술관과 인생관을 기리는 동시에 지역대표 문화공간으로서 박수근의 삶과 예술을 재조명하고 전시, 교육, 출판사업 등의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참여작가는 김보희, 김수자, 김아영, 노정란, 석난희, 송수련, 오숙환, 이나경, 이정지, 정미조, 조문자, 진옥선, 차명희, 홍순주, 홍정희 등 15명이다. 한국화, 서양화 30점이 소개된다.

◆바늘로, 평범함으로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동양화 교수인 김보희 작가에 대해 미술관측은 다소 어려운 보도자료를 내놨다.

"두터운 맥락의 친밀성으로 식물을 본다. 그의 식물들은 신선한 수액을 빨아들이고, 온몸으로 햇볕에 반응한다. 그것들은 모두 '위'를 향해 자란다. 그 방향은 생명의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다. 그 줄기와 크고 작은 잎새들은 가장 고전적인 동시에 가장 전위적인 생명형태의 전형이다."

원광대학교 미술대학 순수미술학부 교수인 김수자 작가는 캔버스에 바느질을 한다. 캔버스에 드로잉하는 식으로 선택한 바느질. 더 이상 바느질이 단순한 표현 방식이 아닌 자신의 정신성과 함께 조형성을 드러내는 자연스러운 자아발현을 위한 붓이고 물감이 됐다고 미술관측은 설명했다.

김아영 작가의 특징은 소재다. 하지만 지극히 평범한 주변이 소재다. 너무나 평범한 주변 풍경이어서 당황할 지경이다. 그가 그리는 산수는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보는 '그림같은 그림'들과 다르다. 자연의 놀라운 순간이나, 오묘한 이치, 신비한 깊이와 공간감, 장엄함 등과 거리가 멀다. 문밖을 나서는 순간 마주치는 흔한 자연이다. 그저 작가와 '함께 살아가는 것들'이다. 이처럼 특별함이 없는 '것들'이 화가에 의해 하나의 예술로 도약한다.

엄선미 박수근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이번 초대전은 한국 여성미술계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기회"라며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리고자 일생을 바친 박수근 화백의 예술혼을 기리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