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짚 냄새 물씬나는 푸근한 기억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갤러리현대 강남에서 열리고 있는 황영성 화백의 개인전 《고향이야기》에는 우리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캔버스에는 푸른 논밭이 펼쳐지는가 하면 새가 힘차게 날아오르고, 꽃은 봄을 맞은 듯 활짝 피어난다. 커다란 눈망울이 애잔해 보이는 소가 있고, 그 옆에는 정겨운 가족의 모습이 보인다. 황 화백은 어디선가 봤거나 기억 속에 품고 있는 고향과 가족의 모습을 구수하고 푸근하게 풀어낸다. 전시를 보노라면 흙과 짚 냄새가 물씬하고 할머니가 기다릴 것 같은 고향으로 달려가고 싶다.

황 화백을 광주광역시 출신으로 아는 사람이 적지 않지만 그의 원래 고향은 강원도 철원이다. 사람들이 다래우물이라고 부르는 큰 우물이 있는 마을이었는데, 작가는 6·25전쟁이 터지면서 정든 고향을 떠나야 했다. 그가 초등학교 시절 트럭에 태워져 옮겨진 곳이 광주였다.

그렇게 해서 황 화백에게 광주는 제2의 고향이 됐다. 그는 광주에서 학교를 마쳤고, 작가의 길로 들어선 뒤에는 고향에서 '금맥(金脈)'을 발견했다. "회갑잔치에 가서 마당에 멍석을 깔고 앉았어요. 잔치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데 햇살을 받고 있는 초가집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어요. 당시에는 초가집 같은 걸 그리면 촌스럽다는 말을 들었지만 제대로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때부터 황 화백은 고향과 가족, 마을을 그렸다.

이번 개인전에는 황 화백의 고향을 중심으로, 1970년대 초기 작품부터 최근작까지 작품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다. 1970년대는 하양과 검정을 바탕으로 한 회색빛이 주조를 이루고 있으며, 1980년대는 녹색이 주조를 이루었다. 작품이 1990년대로 넘어오면서 지구가족, 우주가족으로 확대된다. 작가가 우리 문화의 뿌리를 찾기 위해 곳곳을 여행하면서 생각이 넓어진 것이다. 전시는 5월 2일까지 열린다. (02)519-0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