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흑 大亡

〈제5보〉(66~80)=나현(15·충암중 3) 군은 2007년 제7회 대한생명배 세계어린이 국수전 우승자 출신. 전주 출신이란 점, 고 전영선 사범을 사사한 점 등이 이창호의 판박이다. 줄곧 입단 1순위로 꼽히다가 내신 1위 상태에서 급성 맹장염으로 기회를 놓친 적이 있다. 수술 이틀 뒤 다시 연구생 리그에 참가하는 근성을 보여 화제를 낳기도 했다. 미래 한국바둑을 짊어질 유력한 후보 중 하나라는 평.

66을 안 받으면 우변 백이 산다 해도 중앙 흑이 강력해져 득보다 실이 훨씬 더 크다. 68로 뚫었을 때 69가 이 바둑의 패착으로 규정됐다. 참고1도 1로 차단해 패(覇)를 계속했어야 한다는 것.(5…▲) 흑은 A쪽에 여러 개의 팻감이 있다. 백은 B로 끊는 팻감도 못 쓴다(당장 흑C로 중앙 백 3점이 잡힌다).

69는 참고2도를 기대한 것이지만 일방적 수읽기. 70으로 먼저 끼운 수가 호착이어서 76 이하 80까지, 순식간에 흑집이 다 깨지고 백은 집과 두터움을 함께 얻었다. 여기서 사실상 승부도 결정된 셈인데, 그러나 이 바둑은 훗날 또 한바탕 바둑판이 들썩이는 난전의 회오리에 휩싸이게 된다. 당장 흑이 시급한 곳은 어디일까.(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