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폐지 사유 들여다보니…
올 증시에서는 어느 때보다 많은 기업이 상장폐지 대상에 올라 주목을 받았다. 네오세미테크·한글과컴퓨터·스카이뉴팜·초록뱀미디어 등 이름이 잘 알려진 기업을 포함, 총 52개사가 상장폐지 위험 리스트에 올랐다.
그러나 결과는 제각각이었다. 지엔텍과 이루넷 등 10여개 회사는 상장 폐지가 확정됐고, 네오세미테크 등 일부 종목은 아직 증시에서 '떠나느냐 남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그러나 스카이뉴팜·연합과기·케이에스피·한글과컴퓨터 등은 상장 폐지 문턱에서 다시 살아나왔다.
상장폐지 문턱에서 돌아온 기업들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 전문가들은 "회사로서의 기초체력이 튼튼한 기업들이 다시 살아났다"고 말한다.
지난 21일 상장폐지에서 벗어난 소프트웨어 기업 한글과 컴퓨터의 경우 작년 487억원의 매출과 152억원의 영업이익, 14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흑자회사다. 이 회사가 상장폐지 대상에 오른 것은 대표가 회사에 385억원에 달하는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 때문이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대표이사의 횡령·배임 혐의가 아직 해소되지 않았지만, 회사 자체는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선박 엔진부품 회사인 케이에스피 역시 작년 흑자 회사였다.
증권가에선 "정상적으로 영업이 이뤄지는 회사에 기회가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고 말한다. 흑자를 내거나, 정상화의 가능성이 있으면 단순히 회사 임원의 횡령이나 회계감사가 문제가 된 경우는 퇴출대상에서 빠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다만, 한 번 퇴출을 모면했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라는 점은 기억해 둬야 한다. IBK투자증권 정종선 연구원은 "지난해 상장폐지 문턱까지 갔다가 재감사를 통해 거래가 재개돼 가격제한폭까지 주가가 올랐던 그랜드포트, 아이오셀C 등은 결국 상장 폐지됐다"며 "지속적으로 횡령 등의 문제가 생기는 기업들은 실적 역시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