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 시네마 리뷰]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왕이 되려는 자 - 막으려는 자의 대결

… 배우의 감정과 풍경 잘 어우러져

　이 영화는 선조 25년 임진왜란 직전 정여립의 반역죄 처단과 대동계의 난을 배경으로 한다. 이몽학(차승원)은 썩은 세상을 바꾸는 것보다 스스로 왕이 돼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를 원한다. 야망을 위해 연인 백지(한지혜)를 버리고, 대동계를 이끌고 한양으로 향한다. 대동계의 일원이지만 다른 세상을 꿈꾸는 황정학(황정민)은 이몽학에게 가족을 몰살당해 복수를 꿈꾸는 견자(백성현)와 함께 이몽학을 멈추게 하기 위해 그를 추격한다.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감독 이준익)에서 가장 매력 있는 부분은 캐릭터다. 이미 연기파 배우들의 향연이 예상됐지만 기대 이상으로 캐릭터 하나하나가 매우 설득력 있고 섬세하게 묘사됐다.

황정민은 영화 '너는 내 운명'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등에서 선보였던 유쾌하고 감초 같은 캐릭터를 연기했다. 그렇다고 단순히 유쾌한 감초가 아니다. 차승원이 맡은 이몽학 캐릭터 반대편에서 그의 권력과 사상을 견제하는 기둥 역할을 다했다. 차승원은 긴 '기럭지'로 카리스마를 내뿜는다. 그리고 눈에는 슬픔을 가득 담고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매력을 성공적으로 선보였다. 두 배우 모두 베테랑답게 따로 토를 달 필요가 없는 연기를 펼쳤다.

사실 발군의 연기는 백성현이다. 영화 홍보에서는 '차승원 vs 황정민'이 중심이지만, 영화 속 줄거리와 결말은 견자(백성현)가 장식할 만큼 비중이 매우 크다. 견자는 극 초반 무작정 강한 척하는 비호감 캐릭터였으나, 황정학과의 긴 여정을 함께 하면서 점점 매력 넘치는 인물로 변해간다.

캐릭터 못지않게 돋보이는 것은 풍경이다. 전국 팔도를 돌며 촬영했다는 후문을 증명하듯 영화는 장면 곳곳에서 아름다운 풍광을 펼쳐낸다.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의 감탄이 절로 터져 나올 정도다. 이 아름다운 배경은 절제된 조명으로 세련미를 더해낸 이준익 감독의 센스가 있기에 가능했다. 단순히 풍광과 미장센(연출)만 돋보이는 게 아니라, 배우의 감정과도 잘 어우러져 영화에 강한 설득력을 보탰다.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의 장점들이 전 세계 대한민국 최초 개봉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아이언 맨2'과의 흥행 대결에서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모르겠다. 다만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흥행 돌풍을 일으켰던 것처럼 우수한 완성도를 뚝심 있게 밀고 나가기를 기대한다.

< 조현성ㆍ청룡시네마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