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호 개인전 '터치'] 내가 까칠해? 만져보고 얘기해

이광호의 개인전 《터치(Touch)》에는 선인장과 풍경화 두 가지가 등장한다. 1층 전시장에 보여지는 선인장 시리즈는 언뜻 보기에 선인장을 사진으로 찍어 이미지를 재현한 것 같다. 작가의 의도는 그러나 최대한 감정을 절제하면서 대상에서 느껴지는 감각을 전달하려 했다. 이런 때문인지 작은 크기의 선인장을 확대해 그린 선인장들은 꿈틀거리는 생물체 같기도 하고 인간의 부드러운 털 같은 느낌을 준다. 실물과 똑같이 잘 그렸다는 생각보다 촉각이 먼저 관람객을 자극한다. 닿으면 찔릴 것 같고 쓰다듬으면 부드러울 것 같은 촉각이 먼저 떠오르는 것이다. 이광호는 2007년 3인전에서 주로 인물화를 보여줬지만 이번에는 선인장을 집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특별한 상징성보다 감각 중에서 촉각을 집중적으로 드러내고 싶어 선인장을 택했다"고 밝혔다.

2층 전시장에 나온 풍경화는 작가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한 새로운 시리즈이다. 선인장과 달리 풍경이라는 공간을 캔버스에 옮기면서 작가의 감정을 이입했다. 작가가 그린 풍경화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쓸쓸해져 옷깃을 여미고 싶고 또 다른 화면에선 연애편지를 읽는 것처럼 달콤해진다. 1층과 2층 작품이 다르게 와 닿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작가는 "얼마나 이미지를 실재와 가깝게 옮겼느냐보다 화면에 붓질하는 순간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캔버스에 붓질하는 과정 자체에 집중했고 이런 맥락에서 작가의 작품은 사실주의보다 추상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전시는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5월 16일까지 열린다. (02)735-84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