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상당수 생소한 이름… 가장 비싼 10작품은 '조각'

대통령실을 제외한 정부 부처들이 구입해 소장한 미술품은 총 4261점이며, 작품 가격의 총액은 183억6882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조달청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 부처가 구입한 미술작품은 서양화가 1910점으로 가장 많았으며 ▲한국화 1223점 ▲서예 238점 ▲공예품 169점 ▲사진 168점 ▲조각 160점 ▲도자기 146점 ▲판화 105점 ▲기타 142점이었다. 조달청은 지난 1997년부터 정부 부처들이 구입한 미술품을 취합해왔으며 2004년부터 전산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조달청은 "대통령실은 '소장 미술품을 밝히면 미술계에 영향을 미칠까 우려돼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혀왔다"고 전했다.

부처별로는 외교통상부가 가장 많은 작품을 구입해 1355점을 사들였으며, 대법원(823점) 교육과학기술부(428점) 문화체육관광부·대검찰청(319점) 지식경제부(312점)가 뒤를 이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해외 167개 공관에 비치할 작품이 필요해 미술품 구입이 많은 편"이라면서 "아직도 해외공관에 들어갈 작품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정부 구입 미술품의 가격은 대법원이 1995년 구입한 엄태정의 조각 〈법과 정의의 상〉이 4억1000만원으로 가장 높았으며, 가격대가 높은 10위권 모두 조각 작품이 차지했다. 이중 행정안전부가 1997년 5월 구입한 5점의 조각 가격은 각각 1억원이 넘었다. 행정안전부는 "당시 대전청사를 지으면서 총 공사비의 일정 비율만큼 미술품을 구입해야 하는 관련법에 따라 작품을 구입했다"고 밝혔다. 정부 부처 구입 작품은 100만원 미만이 1979점으로 가장 많았고, 5000만원 이상은 61점이었다.

부처들이 많은 작품을 사들인 작가는 이은구(30점) 김재학(27점) 이두식(27점) 서광수(22점) 등으로 각각 20점 이상을 기록했다. 이밖에 김정옥·윤영천·민경갑·최성두·김호중·주태석·이대원·문봉선·임명진·김영수·하철경·김창열·윤명로·이돈흥 등도 10점 이상씩 구입했다.

그러나 정부 부처들이 구입한 작품을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부처별로 작품 관리의 기본인 크기조차 제대로 기재하지 않아 작품이 바뀌어도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법무부 담당자는 유관·산하 기관들이 일부 미술품의 크기를 밝히고 있지 않은 것에 대해 "법무부가 직접 구입한 작품은 10여점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유관기관이 사들인 작품"이라며 "기관으로부터 미술품 현황을 보고받지만 우리가 직접 관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 담당자는 "우리가 직접 구입한 작품은 22점이고 나머지는 한국예술종합학교와 박물관, 국악원 등이 구입한 작품들"이라며 "각 기관이 사들인 작품에 대해서 뭐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미술품 보관·관리 규정'은 '미술품 관리에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자 또는 적정한 관리자를 선정하여 관리하도록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정부 부처들의 미술품 관리 담당자는 자주 바뀌고 있는 실정이다.

한 미술계 인사는 "미술품의 가치를 가격으로만 따질 수는 없지만 요즘에는 작가 인지도와 작품 가격이 작품의 가치와 어느 정도 비례하고 있다"며 "정부 부처가 소장한 작품 상당수가 잘 들어보지 못한 작가의 것이라 놀랍다"고 말했다. 외교통상부의 미술품 구입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문봉선 홍익대 교수는 "미술품 구입 예산이 턱없이 적어 작가에게 먼저 가격을 제시하고 낮은 가격에 작품을 받는 실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