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연승… 이세돌 무한질주

도무지 거칠 것이 없다. 이세돌(27) 九단이 23연승 행진 속에 세계타이틀 추가까지 단 1승만을 남겼다. 25일 한국기원서 벌어진 제2회 비씨카드배 월드바둑챔피언십 결승 5번기 제2국서 이세돌은 중국 창하오(常昊·34) 九단을 146수 만에 백 불계로 제압했다. 2대0 리드. 창하오로선 전날 1국의 백 불계패에 이어 숨 돌릴 틈도 없이 막판에 몰려버렸다.

결승 3~5국은 27~29일로 잡혀 있으나 바둑계는 이세돌이 27일 3국서도 승리, 3대0으로 우승을 결정지을 공산이 높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의 6개월간 휴직을 거쳐 올해 초 복귀한 이후의 무패행진이 계속되리란 뜻이다. 이쯤 되자 개인 최다연승 기록 32연승(2000년)은 물론이고 1990년 이창호에 의해 작성된 국내 최다연승기록(41연승) 경신도 가능하리란 전망도 나오기 시작했다.

국내 톱 랭커이기도 한 이세돌이 요즘 보여주는 바둑은 화려함의 극치다. 특유의 모험심과 상상력에 자신감까지 곁들여지면서 모든 상황에서 최강수를 터뜨리고 있다. 중국 랭킹 7위에다 현역 세계챔프(춘란배)인 창하오조차 정신을 못 차릴 정도다.

결승 1국에선 초전(初戰)서 우위에 선 뒤 상대 세력을 초토화시켰고, 2국에선 중앙에서 천지대패(天地大覇)를 감행하며 적진을 쑥밭으로 만들었다. 전성시절 세계 최고의 공격수로 꼽혔던 유창혁 九단조차 "돌이 서로 얽혀 싸움이 붙으면 이세돌을 당할 사람이 없다"며 혀를 내두르고 있다.

이제 이세돌의 대 창하오 통산전적은 중국리그를 포함해 15승 7패로 벌어졌다. 이세돌이 비씨카드배를 품에 안을 경우 국제대회 13회 제패 포함 총 31회째 우승이 된다. 지난해 1월 제13회 삼성화재배서 중국 쿵제(孔杰)를 꺾고 우승한 뒤 15개월 만의 세계제패인 셈이다. 우승상금은 3억원.

세계 무대서 30대 연령층 중 가장 괄목할 만한 활약을 보여왔던 창하오는 대회 개막 전 "좋은 내용의 기보를 보여주고 싶다"며 의욕을 보였으나 상황은 여의치 않아졌다. 위빈(兪斌) 단장 등 중국 팀 스태프 역시 너무도 일방적인 흐름에 넋이 나간 표정이다. 이세돌의 기세, 그 종착역은 어디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