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뤽 고다르부터 홍상수까지… 올해 칸은 '巨匠들 잔칫상'

올해 칸은 최고령 현역감독을 포함한 거장들의 신작을 확보하는가 하면, 한국 감독들에 부쩍 힘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제63회 칸 국제영화제(5월 12일~23일)의 공식 선정작품이 지난 24일 모두 마감돼 발표됐다. 올 경쟁부문에는 총 18편이 선정돼 22편 안팎이던 예년보다 작품 수가 줄었다. 그만큼 칸이 좀 더 내실있는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것으로 풀이하거나, 2008년 말 경제위기 이후 칸이 선택할 만한 예술영화의 제작·배급이 그만큼 적어졌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는 칸 영화제가 초청작 수를 줄여 긴축경영을 시도하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올해 칸은 경쟁부문보다 '주목할만한 시선'의 선정작들이 먼저 눈에 띈다. 올해 102세인 포르투갈의 마누엘 데 올리베이라 감독의 신작 '안젤리카'와 80세인 프랑스의 장 뤽 고다르 감독의 '필름 소셜리즘'이 이 부문에 선정됐다. 올리베이라 감독은 2000년대 들어서도 매년 1편 이상의 작품을 내놓으며 말 그대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누벨바그의 시초'라고 불리는 고다르 역시 2년에 1편꼴로 꾸준히 영화를 찍고 있다. 전찬일 부산영화제 프로그래머는 "현역 최고령 감독과 누벨바그 기수의 영화가 있다는 것만으로 경쟁부문보다 더 관심 끌 만한 부문"이라고 말했다.

한국 영화는 경쟁부문에 사상 처음 2편이 오른 것을 비롯해 모두 4편이 공식 초청을 받았다. 이창동 감독의 '시'와 임상수 감독의 '하녀'가 다른 16편과 함께 경쟁부문에 올라, 어느 해보다도 수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현재 영화계에서는 "최소 감독상 하나쯤은 받지 않겠느냐"고 예견하고 있다.

홍상수 감독의 신작 '하하하'는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대받았다. 1999년 '강원도의 힘'을 시작으로 이번까지 모두 6개 작품을 칸에 진출시킨 홍 감독은 칸에 가장 많이 초청받은 한국 감독이다. 이 밖에도 세종대 영화예술학과에 재학 중인 김태용(23) 감독의 단편 '얼어붙은 땅'이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 초청됐다. 김 감독은 '여고괴담 2'의 김태용 감독과 동명이인이다. 전양준 부산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은 "경쟁부문에 두 편이나 올린 한국영화의 수상 가능성이 그 어느 해보다 높다"고 말했다.

경쟁부문에 진출한 거장의 영화로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이란)의 '서티파이드 카피(Certified Copy)', 기타노 다케시(일본)의 '아웃레이지(Outrage)', 마이크 리(영국)의 '어나더 이어(Another Year)' 등이 있다. 이미 칸에서 수상한 바 있는 비교적 젊은 감독은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멕시코)와 아피찻퐁 위라세타쿤(태국)이 새 영화를 내놓았다. 35세에 베를린영화제 은곰상을 받았던 왕 샤오슈아이(중국) 감독의 영화 '충칭 블루스'는 애초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선정됐다가 마지막 순간에 경쟁부문으로 바뀌었다.

적어도 칸에서만큼은 한국이 아시아 영화의 선두주자임이 확인됐다는 해석이다. 올해로 칸 경쟁부문에 오른 영화의 누계가 10편에 이르는 한국은 매년 칸을 겨냥한 작품이 나오고, 또 어김없이 초청을 받으면서 빼놓을 수 없는 나라가 됐다. 이상용 부산영화제 프로그래머는 "1997년 키아로스타미 감독이 '체리향기'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이후 칸에 아시아 영화 흐름이 생긴 것이 사실"이라며 "특히 올해 선정작의 경우 그 흐름을 한국영화가 주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