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인디밴드 그린 다큐 '반드시 크게 들을 것'

영화 속 인디밴드 '타바코 쥬스'의 보컬 권기욱은 말한다. "열심히 안 하면 안될 것 같아. 근데 우리 열심히 안 하잖아. 그래서 우린 안될 거야, 아마." 작년 부천영화제에서 공개된 이후부터 뜨거운 기대를 모아 온 음악 다큐멘터리 '반드시 크게 들을 것(22일 개봉)'은 올 초 개봉한 영화 '소규모아카시아밴드 이야기'에 이어 한국 인디 뮤지션들의 실체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이 영화는 인디 레이블 '루비살롱' 소속 뮤지션 중 '갤럭시 익스프레스'와 '타바코 쥬스'의 이야기를 그렸다. 갤럭시가 특유의 격렬한 연주로 유명 밴드가 되는 과정과, 타바코 쥬스가 우여곡절 끝에 데뷔 음반을 내놓기까지의 이야기다.

인디 문화에 관심있다면 이 영화는 무척 재미있다. 90년대 인디밴드 멤버였던 리규영이 대표로 있는 레이블 '루비살롱'은 인천 부평구 모텔촌 한가운데 있다. 리규영은 "홍대에 클럽데이가 있다면 인천에는 모텔데이가 있다"며 영화 내내 대단한 입담을 들려준다. 타바코 쥬스 기타리스트 권영욱은 공연 후 팬으로부터 꽃다발 대신 파 한 단을 받는다. 갤럭시의 베이시스트 박종현은 "락을 너무 좋아해서 잘 때도 라꾸라꾸 침대를 쓴다"고 한다.

영화 속 뮤지션들은 속어와 상소리를 마구 쓰는 데다가 해서는 안될(것 같은) 말도 서슴없이 뇌까린다. 타바코 쥬스의 드러머(백승화)가 감독이어서라기보다, 이들에게 어차피 '카메라 앞이니까 다르게' 같은 생각은 별로 없다. 갤럭시는 여러모로 건실한 밴드의 길을 밟지만(무대 위 발광은 별개), 타바코 쥬스가 말썽이다. 술을 마시다가 공연을 펑크내는가 하면 녹음을 앞두고 보컬이 사라져 버린다.

화면과 음향만큼 이야기 전개도 거칠다. 그러나 이들이 골방에서 실로폰(음판에 계명이 써있는 학습용이다)과 통기타에 맞춰 열창하는 모습에 이어 단독 공연을 마치고 눈물을 글썽이는 것을 보면, 이 청춘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은 또 다른 인디뮤지션 '파블로프'의 음반 제목. 이 영화를 반드시 크게 들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이 목소리는 또렷이 들린다. "뭘 먹고 사느냐고 묻지 말라. 철없다고 말하지 말라. 우리는 좋아서 음악을 하고, 그래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