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베이징모터쇼, 해외車 CEO들 총출동 '세계 최대'로 뜨는데…

"부산모터쇼는 중국에서 열리는 670개 지방 모터쇼 중 한 개 정도 수준입니다."

25일 베이징모터쇼 현장에서 만난 한 국내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부산모터쇼를 베이징모터쇼와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며 "베이징모터쇼와 1주일 차이로 전시회를 연다는 것은 처음부터 잘못됐다"고 했다.

이달 29일 개막하는 2010 부산국제모터쇼가 '안방잔치'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2개 업체를 제외한 전 수입차 업체가 불참하고 국내 업체가 세계 최초로 공개하는 신차는 고작 1대다. 또 모터쇼가 가져야 하는 본연의 기능, 즉 자동차업계 인사들이 참여해 업계의 신차 흐름을 서로 확인하고 교류하는 기능도 없다.

◆세계최초 공개 차종, '베이징은 89대, 부산은 1대'

부산국제모터쇼는 '2010 베이징모터쇼' 개막 일주일 뒤인 이달 29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11일간 진행된다. 그러나 '국제'라는 말을 붙이기 민망할 만큼 국제적 이벤트가 없다. 또 현대차 신형 아반떼의 최초 공개를 제외하면 국산차에서도 사실상 신차라 이름 붙일 것이 없고, 기존의 자동차 전시장들을 모아 놓은 것에 불과하다.

부산모터쇼에는 현대·기아차, 르노삼성, GM대우, 쌍용차 등과 상용차 업체 등 국내 완성차 업체 12곳과 스바루·로터스 등 해외업체 2곳을 포함해 14개 완성차 업체와 국내 부품업체(137곳)와 독일·미국·인도 부품업체 등 6개국 154개 업체가 참여할 예정이다.

그러나 모터쇼의 구경거리인 '신차'의 경우, 현대차가 올 8월 출시 예정인 아반떼 후속 모델(프로젝트명 MD)을 이번 모터쇼에서 처음 선보이는 것이 고작. 기아차는 중형 세단 'K5'를 아시아 최초로 선보이지만, 이미 뉴욕모터쇼에서 공개했다. GM대우는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준대형 세단(프로젝트명 Vs300)과 내년 출시 예정인 '올란도'를 이번 모터쇼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준대형세단의 경우 이미 중국에서 시판 중인 뷰익 라크로스를 일부 변경한 모델이기 때문에 신차라 보기 어렵다. 올란도는 해외 모터쇼에 이미 수십 차례 등장한 모델이다.

르노삼성은 뉴SM3의 배기량 2L(리터) 모델을 처음 선보이는 수준이다. 쌍용차가 공개하는 C200(프로젝트명)은 이미 작년 서울모터쇼에 나왔던 것과 다를 게 없다. 수입차로는 일본의 스바루가 중형세단 레거시와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인 아웃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포레스터를 선보이지만, 이 역시 신차가 아니며 다음달 본격 시판을 앞두고 상품 홍보 차원에서 나온 것에 불과하다.

2년 전과 비교해도 초라하다. 2008년 부산국제모터쇼에는 벤츠·BMW· 미니·아우디·폴크스바겐·볼보·포르쉐·푸조·혼다·인피니티·재규어·랜드로버·벤틀리·렉서스 등 해외 완성차 14개 브랜드가 참여하기는 했었다. 물론 당시에도 최초 공개 신차가 없는 '안방잔치'였다.

이달 23일 막을 올린 '2010 베이징모터쇼'는 전시면적·차종 면에서 세계 최대 규모다. 세계 최초 공개 차종만 중국 토종업체 75대, 글로벌업체 14대 등 89대에 달했다.

◆글로벌 자동차 CEO 참가 全無

베이징모터쇼가 왜 대단한지는 모터쇼장에 나타난 세계 각국 CEO들에서도 알 수 있다. BMW의 노르베르트 라이트호퍼 회장은 관객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직접 대형 붓으로 한자를 써 보이는 등 갖은 퍼포먼스를 서슴지 않을 만큼 모터쇼장을 누볐다.

벤츠의 디터 제체 회장은 23일 모터쇼 개막 첫날에 중국 자동차회사인 BYD의 전시장을 직접 방문해 왕촨푸 BYD 회장과 면담하고는 왕촨푸 회장과 함께 직접 BYD 차량에 앉아보고 장시간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폴크스바겐그룹의 마틴 빈터콘 회장은 베이징의 영자신문에 직접 기고를 하는 적극성을 보였다. 아우디의 루퍼트 슈타들러 회장은 아예 아우디 부스에서 직접 헤드폰 마이크를 끼고 나타나 차량을 직접 설명하는 깜짝쇼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부산모터쇼에는 베이징모터쇼에 온 전 세계 CEO급은 고사하고, 이사급 외국인 임원 한 명조차 오지 않는다.

또 베이징모터쇼의 경우, 글로벌 디자인 콘퍼런스 등 중국의 자동차 신규인력들이 산업 트렌드를 읽을 수 있도록 전 세계 자동차 전문가들을 초빙하는 행사가 10여개 열렸다.

반면 부산모터쇼에서는 튜닝카 컨테스트, 카오디오 페스티벌, 무선모형자동차 경주대회, 플레이 스테이션 3D 게임 체험행사, 자동차 경품추첨 등 관람객용 오락행사나 한국자동차공학회 부문종합학술대회, 부품구매정책 설명회, 수출상담회 등 대부분 국내업계 행사 일색이다.

◆국제모터쇼로 생존 가능한지 총체적 점검 필요

국내에는 국제모터쇼가 서울과 부산 두 곳에서 매년 4월 번갈아 열린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프랑스 파리, 스위스 제네바, 일본 도쿄 등 각국마다 대표 모터쇼가 한 개씩인 것과 대조적이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베이징·상하이 모터쇼를 매년 4월 번갈아 여는 것과 비슷한 방식을 한국이 채택하고 있다고도 말한다.

그러나 올해 1500만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과 같은 시기에 그것도 비슷한 내용과 행사로 경쟁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르노삼성, 부산모터쇼에 '공들이기'
GM 대우, 부산모터쇼서 첫 준대형 세단 공개
올해 부산모터쇼 '먹구름'..반쪽잔치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