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흑 四面楚歌

〈제7보〉(97~110)=김현찬과 나현은 잠실에 있는 양재호 바둑도장서 매일 만나는 사이. 양 九단은 "둘 다 내성적 성격인 데다 7살의 나이 차 때문에 잘 어울리지는 않는 것 같다"고 귀띔한다. 양 九단에 따르면 둘의 기풍도 전혀 다르다. 나현이 힘보다는 깊은 수 읽기를 바탕으로 수비와 계산에 뛰어난 '박영훈 과'라면, 김현찬은 대세관과 감각이 매우 돋보인다는 것. 둘 중 누가 먼저 프로에 발을 내디디게 될지도 주목된다.

97에 붙여 102로 따낸 데까지는 정석 과정. 물론 도중 99로는 참고1도 1로 되젖혀 16까지 변화하는 수법도 있다(10…1). 흑은 A로 패(覇)를 노려야 하는데 지금은 팻감이 만만치 않다. 103을 기다려 104로 갈라친 것은 양쪽 흑을 양곤마로 몰겠다는 선언. 106 때 흑은 무조건 '가'로 젖히고 싶지만 참고2도 12까지 패가 필연이며 역시 흑이 팻감을 못 당한다.

107로 뛰었을 때 백은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 108, 110으로 가차없이 차단해간다. 그 순간 흑은 사방이 괴로워졌다. 현찰(실리)을 지나치게 밝히다간 세도(외세)를 일정부분 포기해야 하는 게 바둑 특유의 원리다. 흑은 이 난국을 어떻게 타개해 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