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해도 부족하고 또 부족할 따름입니다. 그래서 한시도 붓을 놓을 수가 없지요.”
50년 동안 청주에서 묵난(墨蘭) 연구의 외길을 걸어온 방정(芳井) 한건동(韓建東·75) 화백이 평생 창작활동을 중간 결산하는 특별전시회를 연다.
‘묵란 향훈 가득한 50년 세월’을 주제로 5월 3~1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한건동 화백 묵난전. 이번 전시회에는 한 화백이 심혈을 기울여 다듬어온 묵난 작품 50여점이 선보인다.
특히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금메달리트 김연아 선수의 연기 장면을 사실감 있게 그려낸 밑그림에 난 그림을 배접(褙接·종이나 헝겁 등을 여러겹 포개어 붙임)한 작품이 눈에 띈다. 김연아 선수의 우아한 모습과 춤추듯 살아숨쉬는 난을 아름답게 조화시킨 작품이다.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 직지(直指)와 청주의 대표명소 상당산성을 밑그림으로 배접한 작품도 눈길을 끈다. 고향 청주에서 평생동안 붓을 잡은 한 화백은 “내 고장의 대표적 문화코드를 묵난에 삽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 화백은 초야에 묻혀 난화(蘭畵)와 싸워온 외곬 인생이다. 그의 작품은 단아하면서도 곧고, 소박하면서도 여유있는 화풍으로 유명하다. 가늘고 섬세하면서 깨끗하고 군더더기 없는 그의 난화는 보는 이로 하여금 심신이 정화됨을 느끼게 해준다.
“난(蘭) 10년, 죽(竹) 3년이란 말이 있잖아요. 그만큼 난을 제대로 소화하려면 죽을 때까지 노력해도 힘들다는 얘깁니다.”
고교시절 서양화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대학졸업 후 언론사 기자로 활동하고 청주 ‘시민극단’ 창단멤버로 연극에 몰두하다 26살부터 본격적으로 난을 그리기 시작했다. 40년 동안 난을 그렸지만 전시회를 연 것은 2001년부터다. ‘세상에 내놓을 만한 작품이 못된다’며 전시를 고사하던 그는 결식아동 돕기 전시회를 열어달라는 부탁을 받고 작품을 처음 공개했다.
그의 전시회에는 늘 소년소녀가장, 장애인, 결식아동, 독거노인, 이주여성, 북한어린이 등을 돕는다는 자선행사 취지가 따라붙는다. 연간 2~3회씩 전시회를 열었고, 그때마다 불우이웃돕기 기금을 내놓고 있다.
한 화백은 “세상사 욕심을 버리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붓을 잡을 때 가장 행복하다”며 “남은 인생도 난을 치면서 조용히 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