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의 은퇴가 본격화한 가운데, 예비 퇴직자들 사이에서 '다운(down) 재테크'가 신조어로 급부상하고 있다. 현역 시절에 모아둔 돈이 줄어들거나 사라질 위험(리스크)을 낮추고, 큰 집에서 중소형 주택으로 다운사이징(줄이기)해서 현금 흐름이 막히는 동맥 경화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추세에 맞춰 금융회사들도 퇴직자들을 위한 '다운 재테크'형 상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삼성증권이 지난 3월 선보인 '팝(POP)골든에그'는 수익률은 높지 않지만, 채권 중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국공채에만 투자해 원금손실 리스크를 줄인 상품이다. 매달 이자를 월급 형태로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50~60대 퇴직자들을 중심으로 지금까지 230억원어치가 팔렸다. 28일 기준 1억원을 맡기면 향후 5년간 매달 33만3910원(세후)씩 받게 되며, 원금은 만기 때 돌려받는다.
생명보험사에서 판매하는 '종신형 즉시연금'도 퇴직금을 맡기면 현역 때만큼 두둑하진 않지만 매달 생활비 형태로 돈을 평생 받을 수 있다. 한 번 가입하면 중도 해지가 불가능해서 자녀 사업자금 등의 이유로 돈이 헐릴 위험을 막을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55년생 남성이 1억원을 종신형 즉시연금에 맡기면 매달 44만원(연 4.7% 기준, 변동금리)씩 수령 가능하다. 현역 시절처럼 두둑한 액수는 아니지만 그래도 돈을 꼬박꼬박 일정액 받을 수 있어 생활을 안정적으로 꾸리기에 유리하다. 즉시연금의 장점들이 부각되면서 뭉칫돈이 꾸준히 몰려들고 있다.
대한생명이 판매하는 리치바로연금은 올 1~3월 판매액이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다.
삼성생명도 같은 기간 63.3% 급증했다.
노후 대책으로 집 한 채만 갖고 있는 예비 퇴직자들은 부동산 자산 조정에 나서고 있다. 집값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어서 평생을 투자해 마련한 집 한 채를 은퇴 생활 밑천으로 삼는 것이 여의치 않아졌기 때문이다. 정봉주
하나은행 부동산팀장은 "큰집에서 작은집으로 옮기고, 남은 돈으로 노후 생활자금을 만드는 등 적극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