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창간 90주년 특집] [6·25전쟁 60주년 특별기획전 '아! 6·25'] 보고 듣고 만지는 '6·25, 그리고 분단 60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기획전시실에 들어서면 숫자 '6'과 '0'을 아파트 5층 높이(16m)로 만든 대형 전시물이 가장 먼저 보인다. 숫자의 겉면엔 1950년 12월 흥남철수작전 당시의 흑백사진이 새겨져 있다. 마치 60년 전 그때로 돌아간 듯 저 멀리 커다란 배가 보이고 그 앞으로 피란민들이 뒤엉켜 있는 장면이 생생하다. 1950년 6·25 전쟁, 그리고 이후 60년 동안 한반도에서 벌어졌던 이야기를 아울러 담겠다는 '아! 6·25' 전시 전체의 상징물이다.

조선일보와 국방부, 전쟁기념관이 함께 준비해 4일 개막하는 이번 전시는 전쟁 당시보다 전쟁 이후에 더욱 무게가 실려 있다. '하나의 조국에 두 개의 서로 다른 체제를 가지고 지나온 20세기를 집중 조명'한다는 것이 기획 의도다. 특히 세계 유일의 분단현장이며 전후 60년 동안 인간과 개발의 영향이 미치지 않은 DMZ 내부의 사진 영상이 처음으로 공개된다.

◆눈에 쏙 들어오는 사진 영상

이번 전시는 지난 60년간 남한과 북한을 관통해온 역사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하기 쉽도록 구성됐다. 이를 위해 오랜 시간을 들여 읽어야 하는 설명자료보다는 이해가 빠르면서도 흥미를 더해 교육 효과를 높이는 시각자료에 중점을 뒀다.

6·25 전쟁에서 종군기자로 활약해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받은 고(故) 마거릿 히긴스씨가 보유했던 사진, 전 세계 참전국들과 박물관, 개인들로부터 직접 수집한 사진 등 1800여점을 볼 수 있다. '엄마 어렸을 적엔' 전시로 유명한 이승은·허헌선 부부 작가의 인형들도 등장해 가난했던 시절을 따뜻하게 보여준다.

다양한 영상자료들도 활용된다. 특히 '6·25란 무엇인가'란 제목의 주제 영상은 상영관 좌우에 유리벽을 설치해 "영상에 탱크 한 대가 등장해도 좌우로 10대가 늘어선 것처럼 보이도록(임기성 전쟁기념관 6·25 60주년 TF 단장)" 효과를 냈다. DMZ 사진영상전으로 들어서는 유리통로에도 위에서 아래로 관련 사진영상을 비춰 역사의 터널을 통과하는 듯한 느낌을 더했다.

◆몸으로 체험하는 역사

'아! 6·25'전에서는 전쟁과 분단의 역사를 몸으로 직접 겪어보고 손으로 만져볼 수 있다. 북한 인권문제의 대표적 사례이면서도 실체가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은 북한 정치범수용소를 탈북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모형으로 만들었다.

차기전차 XK-2 '흑표'와 K-21 보병전투장갑차, 국산헬기 '수리온',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 등 우리 국방과학기술의 세계적 수준을 보여주는 최신형 국산무기들의 실물 또는 실물크기 모형도 전시된다. 천안함 사태로 주목을 받고 있는 첫 국산 장거리 대잠수함 미사일 '홍상어', 잠수함을 잡는 국산 경어뢰 '청상어', 디지털 기술이 적용돼 세계에서 처음으로 실전배치되는 복합형 소총 K-11 등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전시장 곳곳에 해당하는 역사를 삶으로 체험한 사람들이 직접 해설자로 등장한다. 전 세계 참전용사 2500여명이 연중 수시로 방문, 전쟁 당시 상황을 들려줄 계획이다.

DMZ 사진영상전의 경우 촬영지역이나 부대에서 실제로 근무한 경험이 있어 생생한 사진 설명을 도와줄 이들을 모집하고 있다.

◆DMZ 내부 최초 공개

'Inside the DMZ-DMZ 사진영상전'에서는 본지 취재팀이 국내외 언론 사상 최초로 국방부 및 유엔사의 정식허가와 육군본부의 지원을 통해 취재한 DMZ 내부의 모습이 260여점의 사진과 영상으로 공개된다.

특히 DMZ 내부에서 장병들이 생활하는 감시초소 GP(Guard Post)의 안과 밖을 밀착해서 담았다. DMZ 안에서의 수색작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그대로 보존된 전쟁의 흔적 등을 볼 수 있다. DMZ에서 바라본 북한 GP와 군인들, 철조망이 가로지르는 한반도의 장엄한 산하, 때묻지 않은 자연에서만 발견되는 희귀한 동물들이 카메라에 잡혔다.

DMZ 사진에 입체감을 더한 '3D 영상관', GP와 내무반, 땅굴 등의 배경을 360도로 회전시켜 볼 수 있는 'VR 터치룸'이 마련돼 있다.

DMZ 현장을 배경으로 본인 모습을 합성해 마치 DMZ 안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듯한 느낌을 주는 '크로마키' 서비스(인쇄할 경우 유료)가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