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 MONEY] 삼성생명 오늘 청약… 수십조 몰릴듯

국내 금융시장을 뒤흔들 것으로 예상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삼성생명 공모주청약이 3일부터 이틀 동안 진행된다. 주식 시장 주변을 맴돌던 수십조원 규모의 부동(浮動)자금이 삼성생명 공모주청약에 대거 몰리면서 시중자금의 흐름은 물론 외환시장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생명 공모주 청약열기는 청약 시작 전부터 이미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주 삼성생명의 공모주청약을 담당하는 6개 주간증권사에는 공모주 청약시 필요한 증권 계좌를 신설하려는 투자자들이 몰렸다. 대표 주간사인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하루 평균 300여개씩 트였던 신규 증권계좌 수가 지난달 28일에는 1858개, 29일 2577개, 30일 3451개로 급증했다. 한투증권의 경우 공모주 청약 당일 증권사 창구가 붐빌 것을 감안해 30일 현재 증권계좌를 보유한 투자자들에게만 청약 자격을 주기로 제한했다. 신한금융투자 지점과 제휴 은행의 신규 개설된 계좌수도 29일 3807개, 30일에는 4295개 등 평소보다 4~5배가량 증가했다.

삼성생명의 공모 규모는 4조8881억원으로 증시 사상 최대 규모다. 이 중 20%(9800억원)가 일반투자자 배정 물량이다. 지난 3월 대한생명 공모주 청약률(23.7대1) 수준의 경쟁률을 감안할 경우 삼성생명의 경우 10조~20조원 안팎의 시중자금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오는 9월 코스피200지수에 포함되는 삼성생명을 펀드 포트폴리오에 담기 위한 기관투자자들의 수요는 넘치는 반면 팔려는 세력은 적어 상장 이후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높다"고 말했다.

이어 “초우량 기업인 삼성생명의 공모를 계기로 펀드 환매에 집중하는 개인 자금이 예금·채권에서 공모주시장을 거쳐 증시로 이동하는 ‘머니무브(money move)’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외환 시장에서도 삼성생명 공모가 최대 핫이슈다. 공모주 청약에 참여하려는 외국인들이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면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을 끌어내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자에게 배정된 삼성생명 공모주 물량은 1조9552억원(약 17억6000만달러)으로, 하루 외환시장 평균 거래량(80억~100억달러)의 5분의 1수준에 이른다.

하이투자증권은 삼성생명의 외국인 청약경쟁률이 5대1을 기록할 경우 환전자금이 약 90억달러로 일평균 거래량을 웃돌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대한생명 공모주 청약 당시에도 외국인 배정금액(3919억원)은 삼성생명에 비해 크게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환율을 3월 초 1150원대 수준에서 공모주청약 대금납입일인 3월 12일 1128원까지 떨어뜨리는 데 크게 작용했다.

우리은행 외환시장운용부 권우현 과장은 “삼성생명 공모로 인한 환율 하락 압력이 매우 크지만, 여러 날에 걸쳐 환전수요가 발생하고 정부 당국의 환율 안정 의지가 매우 강한 점을 고려할 때 1000원대 후반 밑으로는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