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깊은 상처, 붓끝에서 아물다

오우암 화백의 작품을 처음 접한 사람이라면 그의 개인전 《기적소리》에서 생경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등장하는 사람들 중 남자들은 대부분 마치 북한 사람 같은 옷을 입고 있으며, 한쪽 다리를 잃고 목발을 짚은 상이군인이 적지 않다. 이 낯선 복장은 6·25전쟁 이후 남한에서 일반인들도 입었던 재건복이다. 작가는 6·25전쟁 당시 부모를 잃고 상처가 컸고 이에 대한 기억을 그림으로 풀어냈다.

오 화백은 수녀원에서 일하면서 틈틈이 에나멜로 널빤지 같은 것에 그림을 그렸다. 그러다 딸이 미대에 입학하면서 쓰다 남긴 유화물감을 갖고 유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의 작품을 눈여겨본 지인의 소개로 2000년 첫 개인전을 열었고 이번이 네 번째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에서 인물들은 각각 서로 얼굴을 맞대지 않고 자신의 일에만 열중하는 등 초현실주의적인 화면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이전보다 한결 화면이 밝아졌다. 풍선과 솜사탕은 우울함에서 벗어나려는 작가의 심리를 보여주는 듯하다.

전시 제목을 '기적(汽笛) 소리'라고 했듯이 그의 그림에는 기차와 철로가 많이 등장한다. 자신을 떠난 가족이 기차를 타고 돌아올까 하는 기다림과 함께 가 보지 못한 세계에 대한 동경과 희망을 담고 있다. 국내 화단에는 생각보다 6·25전쟁을 다룬 회화 작품이 많지 않아, 오 화백의 작품이 새롭게 다가온다.

전시는 7일부터 27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아트포럼뉴게이트에서 열린다. (02)517-9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