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서 3D에 미쳐있는 건 전자회사뿐"

"일본 영화계에서는 '3D는 할리우드가 하면 되는 것이고 우리는 아바타와 싸울 생각이 없다'고 말합니다. 또 극장주들은 3D 상영관을 얼마나 확보해야 할지 아직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만난 가케오 요시오(60·사진) 기네마준보 영화종합연구소장은 일본에는 한국처럼 '아바타'에서 비롯된 3D 열풍이 없다고 말했다. 아바타는 일본에서도 수익의 80%가 3D 상영관에서 나왔고 총 매출액이 152억엔(약 1800억원)을 넘었으나, '타이타닉'의 기록(260억엔)에는 크게 못 미쳤다. 전체 3D 상영관 수도 총 상영관 수의 10.3%인 351개에 불과하다.

"일본 극장들은 고가의 디지털 프로젝터를 도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더 저렴하고 선명한 프로젝터가 나오는 경험을 했습니다. 앞으로 10년 뒤면 PC로 '스타워즈' 같은 영화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현재 일본에서 3D에 미쳐 있는 건 전자회사들뿐입니다."

가케오 소장도 3D 영화에 회의적이었다. 3D는 감독의 창의력을 떨어뜨린다고 그는 말했다. "제약이 많을수록 감독은 상상력을 발휘하죠. 곤 이치가와 감독의 1956년 흑백영화 '버마의 하프'는 '버마의 땅은 붉다'는 자막으로 시작합니다. 그때 흑백 화면에서 강렬한 붉은색을 느낄 수 있었죠. 무성영화에서 소리를 느끼게 하고, 흑백영화에서는 색깔을, 2D영화에서는 깊이를 느끼게 하는 것이 영화 창작자의 상상력입니다." 그는 일본 영화가 너무 작은 기획 위주로 가는 것이 좀 걱정스럽다며 "곧 '로망 포르노'(에로영화) 한 편이 3D로 제작돼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